오피니언 사설

[사설]'美, 한국 은행 주의'는 남북관계 과속에 대한 경고다

미국이 북한에 대한 세컨더리보이콧(제3자 제재) 적용 가능성을 내비쳤다. 미 재무부는 최근 대북 제재 리스트에 ‘세컨더리보이콧 위험’이라는 문구를 새로 넣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비롯한 466개 기업·기관·개인을 대상으로 표기했다. 대북 제재의 고삐를 더 조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한국을 향한 경고 메시지도 나왔다. 재무부는 3차 남북정상회담 직후 현지에 진출한 7개 한국 은행 준법감시인들과의 전화회의에서 국제사회와 미국의 대북 제재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은행들이 대북사업에 섣불리 나설 경우 세컨더리보이콧을 당할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의 행보를 가볍게 봐 넘겨서는 안 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최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국정감사에서 ‘5·24 제재조치 완화’ 가능성을 내비치자 주권 침해라는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미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풍계리 핵실험장에 대한 국제사찰 허용을 빼고는 북한 비핵화에 거의 진전이 없는데도 한국 정부가 지나치게 북측에 접근하자 이에 대한 불만을 특유의 직설화법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럼에도 프랑스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대북 제재 완화를 주장하고 남북 철도·도로 연결을 모색하는 등 남북협력사업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국내 은행에 대한 미국의 경고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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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프랑스 언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국제 제재로 북한이 큰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 언급에 비핵화의 해법이 있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나온 것은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 제재 때문이며 지금도 이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미국이 세컨더리보이콧 적용 가능성을 밝힌 것도 북한에 빨리 약속 이행에 나서라는 메시지이자 대북 제재 공조를 흐트러뜨리는 어떤 행위도 용인하지 않겠다는 경고의 뜻을 담고 있다. 비핵화와는 상관없이 남북관계 개선을 향해 거침없이 내달리는 한국 정부가 귀담아들어야 할 대목이다. 북한을 겨냥한 칼끝이 오히려 우리에게 향하는 비극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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