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조폭, 일본 야쿠자, 한국 마약상 등 3개국이 연루된 필로폰을 국내에 유통한 조직이 국정원·관세청 서울본부세관과 경찰의 공조를 통해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5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대만인 A(25) 씨와 자금 운반책 일본인 B(32) 씨, 필로폰 운반책 한국인 C(63) 씨 등 6명을 구속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이 한국에 들여온 필로폰은 총 112㎏으로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과 관세 당국이 적발한 마약 중 역대 최대 규모다. 필로폰 112㎏은 약 370만명이 동시에 투약 가능한 분량으로, 시가로 약 3,700억원에 해당한다. 또한 검찰과 경찰, 관세청 등 수사당국이 그동안 압수한 필로폰 분량이 2015년 56㎏, 2016년 28㎏, 2017년 30㎏인 것을 감안하면 그 규모가 엄청나다. 경찰 발표에 따르면 대만인 A 씨는 앞서 지난 3월 한국에 입국해 본인이 지낼 서울 영등포구 숙소, 필로폰을 숨길 서울 서대문구의 원룸, 나사제조기를 절단할 경기도 화성시의 창고 등 3곳을 찾아 임대계약을 맺었다. 이후 A 씨는 지난 7월 6일 태국 방콕항을 출발해 부산항으로 들어온 배에서 나사제조기를 넘겨받았는데, 이 안에 1㎏씩 개별포장된 필로폰 112봉지가 용접을 거쳐 완전 밀봉 상태로 숨겨져 세관 당국이 항구에서 필로폰을 발견하지 못했다. 관세청은 또 항구에서 이뤄지는 마약 검사는 한국으로 들어오는 화물의 2%만을 무작위로 하고, 시간에 쫓기다 보니 모든 마약류 밀반입을 적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필로폰은 무색무취라 마약 탐지견도 무용지물이라고 덧붙였다. A 씨는 나사제조기를 넘겨받은 다음 대만인 D(27·체포영장 발부) 씨와 함께 경기도 화성시 창고에서 밀봉을 풀었고, 안에 들어있던 필로폰은 서울 서대문구의 원룸에 보관해왔다. A 씨는 대전 유성구의 한 호텔 앞 사거리에서 7월 29일과 31일, 8월 18일 3차례에 걸쳐 필로폰 7㎏, 7㎏, 8㎏ 등 총 22㎏을 일본인 E(34·체포영장 발부) 씨에게 넘겼고, E 씨는 이를 다시 한국인 C 씨에게 11억원에 판매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한국에서 검찰과 경찰 등이 마약 수사를 한다는 움직임을 포착한 A 씨는 지난 8월 26일 대만으로 출국하려다 인천국제공항에서 경찰에 검거됐고 판매되지 않은 90㎏은 압수됐다.
이번 수사는 국가정보원의 첩보를 통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국정원 국제범죄정보센터는 지난 4월 국내에서 대만 마약밀매 조직이 대량의 필로폰을 국내에 분산 보관해 유통할 것이라는 첩보를 입수해 경찰·관세청 서울본부세관과 함께 공조 수사를 펼쳐왔다. 국정원은 이후 지난 8월 한 대만인이 필로폰을 커피숍에 숨겨놨다는 정보를 경찰에 알렸고, 경찰은 폐쇄회로(CC)TV 분석 등을 통해 A 씨를 마약 거래 용의자로 지목했다. 또한 A씨가 관세청에서도 조사하고 있던 인물이었다는 정보를 전달받으며 압수수색영장과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경찰이 외국 마약 조직원들의 범행을 확인하면 국정원과 관세청이 국내외 정보망과 자체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인적사항을 특정할 수 있도록 조력했다”며 “경찰의 수사력과 국정원·관세청의 정보력이 결합한 입체적 공조” 덕분이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번 필로폰 유통에 대만의 마약밀매조직 ‘죽련방’, 일본의 3대 야쿠자 ‘이나가와카이’ 산하 조직원들이 연관된 것으로 보고 있다. 마약제조업체와 연줄이 없는 한국 마약상들이 일본 야쿠자 조직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범행의 주도세력인 대만과 일본 마약밀매조직의 총책 등 핵심 조직원 4명의 인적사항을 해당국 경찰에서 넘겨받아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며 “태국 경찰에도 나사제조기의 선적 이전 경로 추적을 요청해 필로폰 이동 경로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구속한 조직원들이 대만과 일본, 한국에 있는 총책 대만인 F(27) 씨, 일본인 G(58) 씨, 한국인 H(62) 씨의 지시를 받고 있다고 보고 이들을 추적하고 있다. /노진표 인턴기자 jproh9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