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재판거래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검찰이 임종헌(58)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소환했다. 임 전 차장은 양승태 사법부를 둘러싼 각종 의혹의 핵심인물이라는 점에서 진술 수위에 따라 법원 내 윗선으로 수사가 확대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15일 임 전 차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이날 오전9시20분께 검찰에 출석한 임 전 차장은 취재진에게 “법원이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 처해 있는 데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제기된 의혹 중 오해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해명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혐의를 인정하는지, 또 양 전 대법원장의 지시를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검찰에서 성실히 답변하겠다”고 말한 뒤 서둘러 조사실로 향했다.
검찰이 임 전 차장을 불러 조사하면서 예의 주시하고 있는 부분은 그가 재직 시절 법관 사찰은 물론 각종 재판거래 등 과정에서 실무 총책임자 역할을 했는지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전범기업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을 지연시키는 과정에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임 전 차장은 전교조 집행정지 소송과 관련해 법원행정처가 지난 2014년 10월 고용노동부 측 재항고이유서를 대신 써주고 청와대를 통해 노동부에 전달하는 과정에 관여한 의혹도 받는다. 검찰은 2016년 11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직권남용죄를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한 273쪽짜리 ‘VIP 직권남용죄 관련 법리 모음’ 문건 역시 임 전 차장이 청와대의 부탁으로 만들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을 상대로 재판거래 등 과정에서 양 전 대법원장 등 수뇌부로부터 지시를 받고 보고했는지를 중점적으로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조사 이후 임 전 차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신병처리 방향도 결정할 방침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임 전 차장이 각종 의혹을 받고 있는 터라 소환 조사가 앞으로 한두 차례 더 이어질 수 있다”며 “임 전 차장이 적극적으로 진술할 경우 수사는 이르면 다음달 중순께 마무리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에 대한 조사가 양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차한성·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등 윗선 수사에 대한 핵심역할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만큼 임 전 차장의 진술 수위가 앞으로 윗선 수사의 속도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