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뒤늦게 ‘다육식물 애호가’가 된 계기는 따로 있다. 그의 비닐하우스 농장은 관악산을 오르는 길목에 자리하고 있다. 하루는 산을 오르던 등산객이 직접 농장을 찾아와 무상으로 식물 재배를 도와주겠다고 했다. 그 이후로도 식물 재배를 돕겠다며 나선 봉사자들이 늘자 그는 아내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몸이 아픈 분들이 건강을 위해 산을 오르다가 우리 집 비닐하우스를 본 거예요. 이 중에는 암에 걸린 분들도 있었는데 식물을 기르는 게 그분한테는 일종의 치유활동이었던 셈이죠.”
다육식물은 사막이나 높은 산 등 수분이 적고 건조한 날씨의 지역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땅 위의 줄기나 잎에 많은 양의 수분을 저장한다. 선인장이 대표적이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햇볕만 있으면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간다.
이 사장은 “가끔 인근 우체국 직원들이나 공무원들이 장애인들을 위한 사회봉사활동을 위해 우리 식물원을 찾기도 한다”며 “내게는 비록 작은 존재일지라도 다른 이웃에게는 큰 의미로 다가갈 수 있다는 걸 깨달은 뒤로는 식물을 기를 때 진심으로 대한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요즘 또 다른 취미가 생겼다. 일주일에 한두 번은 지하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집무실이 있는 21층까지 계단으로 오른다. 헬스클럽도 다녀봤고 예전에 농구도 즐겨 했지만 점점 시간을 내기 어려워지자 생활 속 운동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처음에는 완주하는 데 8분30초 정도 걸렸지만 얼마 전에는 7분까지 줄였다며 의기양양했다. 그는 “고작 21층 올라가는 것으로 그러느냐고 하겠지만 상암 사옥 층고는 보통 건물들과 달리 높기 때문에 실제로 오르는 거리는 다른 건물보다 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막상 계단을 오를 때는 숨이 차오르고 힘들기도 하지만 마지막 계단에 발을 디뎠을 때의 감흥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며 “아직 직원들과 상의해보지는 않았지만 내년 봄이 되면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1층에서 옥상까지 빨리 오르기 대회를 해볼까 고민 중”이라고 웃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