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신입사원 채용비리(업무방해 등)로 구속된 전직 인사부장에 대한 첫 재판에서 피고인들이 특정 지원자를 별도 관리해 점수가 미달함에도 합격시켰다는 공소사실에 대해 일부 인정했다.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신한은행 직원들에 대한 추가 기소 방침을 밝혔다.
2013년~2016년 신한은행에서 신입행원 채용업무를 담당했던 피고인 김모(52)씨, 이모(51)씨에 대한 첫 재판은 17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에서 제12형사부 정창근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
검찰은 “은행은 고도의 공공성이 요구되는 금융기관임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이 2013년 상반기부터 2016년 하반기 인사부장으로 근무하며 외부인사 청탁을 받은 지원자나 부서장 이상 임직원 자녀를 특별 리스트로 관리했고, 이들의 전형점수를 조작해 특정 지원자들을 부정채용 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더해 검찰은 김씨와 이씨가 연령이나 성별에 의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고령자고용법과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했다고 공소사실 요지를 밝혔다.
검찰은 2013년 상반기~2015년 상반기 인사부장이었던 김씨가 국회의원 등 유력·재력가, 금융감독원 직원 등 신한은행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 청탁한 지원자를 ‘특이자 명단’으로, 부서장급 이상 임직원 자녀는 ‘부서장 리스트’로 별도로 관리했다고 봤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담배인삼공사’ 본부장 자녀의 점수를 높여 1차 면접을 통과시키는 등 28명을 부정합격시켰다. 김씨는 또한 총 43명의 지원자를 연령을 이유로 탈락시킨 혐의도 받는다.
2015년 상반기부터 1년간 인사부장으로 근무한 이씨는 전임자인 김씨가 지원자 리스트를 관리하던 방식을 이어받아 비고란에 ‘특(특이자)’, ‘장(부서장)’이라고 별도로 표시한 지원자들의 전형점수를 수시로 파악하고 보고해, 실제 성적과 관계없이 합불 여부를 관리하면서 15명을 부정합격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더해 2016년 하반기 임원면접 결과 목표 성비였던 75(남):25(여)를 달성하지 못하자 면접평가 점수를 조작해 합격권 밖에 있던 32명의 남성 지원자를 추가로 합격시킨 혐의도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추후 금융감독원 감사에서 이 같은 점수 조작이 적발될 것을 우려해 감사용 자료를 허위로 작성하기도 했다.
김씨 측은 공소사실 중 사실관계 부분은 전부 인정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후임 인사부장 이씨 측은 “공소사실 전부를 다투는 입장”이라며 일부 지원자에 대해서는 채용과정에 개입한 사실이 없고, 또 다른 지원자에 대해서는 “서류전형에서 합격시킨 것은 인정하나 면접에서 엄정하게 판단될 것이라 믿었고, 신한은행의 채용과정을 방해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고령자고용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서류전형에서 연령을 기준으로 점수를 차등 부여한 것은 사실이나, 최고점과 최저점의 차이가 10점에 불과했고 최저점을 받았으나 합격한 사람도 38명이나 있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사건 처리되지 않은 공범 피의자 5~6명을 10월말 추가로 기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추가 피의자는 공소장에 적시된 전 채용팀장 등 신한은행 직원일 가능성이 높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기소된지 한달이 지났고 사건이 재배당되기도 했으며, 검찰 측 기일변경 신청으로 재판이 이미 미뤄진 상태”라며 “기록이 방대하고 증인신문이 얼마나 걸릴지도 추가 기소까지 고려하면 예측하기 힘들다”며 재판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음 재판은 다음달 6일로 예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