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비리 사과는 해도 명단은 안 된다는 유치원의 몰염치

정부 지원금을 쌈짓돈처럼 쓰다 적발된 사립유치원들이 고개를 숙였다. 사립유치원들의 모임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비상대책위원회는 16일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 여러분, 특히 학부모에게 심려를 끼친 점이 송구하다”며 사과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개 시도교육청의 유치원 감사 결과와 실명을 공개한 지 닷새 만이다.


문제는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유총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사립유치원과 맞지 않는 회계 기준 탓’으로 돌리고 실명이 알려지는 것은 소송을 통해 막겠다는 입장이다. 감사 결과를 실명 공개한 언론사를 상대로는 공개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고 박 의원에 대한 명예훼손 소송까지 준비 중이라고 한다. 진정한 사과와 반성의 기미는 어느 곳에서도 찾을 길이 없다. 성난 여론을 일단 피하고 보자는 사립유치원들의 꼼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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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유치원들이 매년 정부로부터 받는 지원금은 2조원에 달한다. 유치원 예산의 45%에 달하는 규모다. 학부모들도 자식을 맡기는 대가로 수십만원을 낸다. 모두 아이들을 잘 돌봐달라는 당부의 뜻을 담고 있다. 사립유치원들은 이런 유치원비를 명품으로 치장하고 외제차를 수리하며 성인용품을 사는 데 썼다. 일부만 그런 게 아니다. 비리가 적발된 곳은 전체 감사 대상의 90%가 넘는다. 대부분의 사립유치원들에 비리가 만연해 있다는 뜻이다. 내 아이를 믿고 맡긴 학부모들이 충격과 배신감에 치를 떨 수밖에 없다.

사립유치원을 더 이상 비리의 온상으로 둬서는 안 된다. 시스템이 잘못됐으면 고쳐야 하고 법이 미비하면 보완해야 한다. 다행히 당정이 사립유치원에 국가회계 시스템을 적용하고 정기 실태조사 후 중대 비리가 적발된 유치원장의 실명을 공개하는 등의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바꿔 횡령 또는 유용할 경우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지극히 당연하고 꼭 이뤄져야만 할 일들이다. 아무쪼록 다음주 중 발표될 종합대책이 유치원을 자식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곳으로 바꿔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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