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1개월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가 벌어지면서 일각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시사됐지만 성장 눈높이를 낮출 정도로 좋지 않은 경기가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한은 본부에서 이주열 총재 주재로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연 1.50%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작년 11월 금리인상 이후 7번째 동결 결정이다.
기준금리 동결 결정에는 성장률과 물가, 고용 등 주요 경기지표가 좋지 않은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이날 발표하는 수정경제전망에서 연 2.9%로 전망했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연 2.8%, 또는 연 2.7%로 하향 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물가와 취업자수 증가폭 전망도 하향조정한다.
설비·건설 투자와 고용률이 하락했고 실업률은 증가세다.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아직 한은 목표(2%)에 미달한다. 수출은 호조세를 이어갔지만 반도체 등 특정 산업에 치중됐다는 비판이 나온다.이러한 경제 상황 속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0일 발표한 2018년 10월 경제동향에서 ‘회복세’라는 문구를 삭제한 바 있다.
대외 불확실성도 크다.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되는 데다 세계 경제 성장세가 완만하게 둔화되고 있다. 이런 경기 여건에서 금리인상을 단행하면 부작용이 클 우려가 있다. 9·13 대책으로 부동산 가격 급등세가 일단 멈칫한 점도 한은이 한숨을 돌릴 여유를 만들었다. 또, 이달에 금리를 올리면 자칫 정부 뜻대로 움직였다는 오해를 사고 중립성 논란이 커진다는 점도 고려 요인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관심은 올해의 마지막 금통위가 열리는 다음 달로 집중된다. 이주열 총재는 최근 금융안정을 강조하며 연내 인상 의지를 밝혔고 이일형 금통위원 역시 앞선 두 차례의 회의에서 인상 소수의견을 낸 바 있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를 비롯한 금융불균형과 한미 금리차 등 금융불안 요인을 우려하며 대응 필요성을 지적했다. 특히 12월에 미국이 금리 추가 인상을 예고한 가운데 한은이 보조를 맞추지 않으면 연말엔 한미 금리역전폭이 1%포인트로 확대된다. 내외금리 차가 확대될수록 자본유출 압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 한 관계자는 “경기가 좋지 않지만 금융안정을 위해 한은이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니 각 경제주체는 최대한 대비를 해둬야 한다”고 말했다. /권혁준인턴기자 hj7790@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