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우(사진) 카카오뱅크 공동대표가 코너에 몰린 뻔한 금융감독원을 살려냈다. 18일 열린 서경 금융전략포럼에서 김연희 보스턴컨설팅그룹 아태유통 부문 대표가 강연 직후 가진 질의응답 시간에서다. 김 대표는 앞서 강연에서 금융이 ‘테크놀로지 컴퍼니(Technology Company)’로 전환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로 새로운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 사용을 막는 금융 당국의 규제사례를 언급했다. 금융 사고가 발생할 것을 우려한 나머지 금융당국이 기존 금융사들이 써서 검증된 소프트웨어만 쓰도록 하다 보니 오히려 값비싼 외국산만 쓰고 있다는 걸 지적한 것이다. 듣기에 따라서는 금감원이 금융회사 혁신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식으로 들릴 수도 있다. 함께 자리한 윤석헌 금감원장의 입장도 난처해지는 분위기였다.
그때 강연을 듣고 있던 이용우 대표가 카카오뱅크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금감원의 입장을 해명하는 모양새가 됐다. 이 대표는 “카카오뱅크도 출범 초기에 오픈소스(무상으로 공개된 소프트웨어)가 금융권에서 쓰인 레퍼런스가 없는데 활용이 가능하냐는 질문을 당국으로부터 많이 받았다”며 “그러나 현재는 오픈소스를 활용하는 데 (김 대표가 지적한 만큼) 그렇게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금감원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해서 가능했던 부분이지만 “소비자보호가 중요한 부분에 대해 금융 당국의 피드백을 받아 신중하게 시도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 카카오뱅크는 고객인증·대고객채널·신용정보평가·통합메시징 등 서비스에 마이SQL를 비롯한 여러 오픈소스를 적용하고 있다. 마이SQL은 많은 애플리케이션에 활용되는 유명 오픈소스 데이터베이스지만 국내 금융권에선 적용 사례를 찾기 어려운 만큼 첫 시도 당시에는 여러 의구심이 나왔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공개 해명을 해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