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고비용에 만들면 손해" 협력사 일감 반납 속출

"최저임금 인상·근로단축에

자재값 올라 고정비 못맞춰"

할당물량 포기 사태 줄이어




# 대기업 외식 프랜차이즈 매장에 음식 포장용기를 3~4개 업체와 함께 납품해온 제조업체 A사는 최근 이 회사와의 거래를 끊었다. 다급해진 대기업 프랜차이즈 업체가 그간 함께 용기를 공급해온 B사에 물량을 늘려줄 것을 요청했지만 B사 역시 약간의 물량 추가 외에는 이를 완곡하게 거절했다. 최저임금 인상 이후 고정비 부담이 커져 야근을 일절 없앤데다 추가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기계를 늘릴 여유조차 없기 때문이다. B사 대표는 “나머지 서너 업체가 물량을 조금씩 나눠 받는 바람에 결국 추가 업체를 선정했다”며 “새 업체 역시 장비별 소사장제 형태로 임금 부담을 최소화한 업체여서 가능했지만 지속 가능한 형태일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에 따른 인건비 증가로 그동안 ‘황금알’로 인식되던 대기업 일감마저 반납하는 협력사들이 속출하고 있다. 자재비와 인건비가 함께 올라가면서 공급가격을 높이지 않는 한 물건을 만들어봐야 손해만 늘어가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A사 대표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원자재 업체가 공급단가를 올리고 이를 가공하는 제조업체도 그만큼 이윤이 박해지면서 예전 단가로 이익을 낼 수 없게 됐다”며 “눈물을 머금고 기존에 있던 물량을 토해냈다”고 하소연했다.


그간 중소업체 입장에서는 장기간 고정 일감을 확보할 수 있는데다 돈을 떼일 염려가 없기 때문에 이익률이 박해도 어떻게든 대기업과의 관계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했던 게 현실이다. 대기업은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위해 품목당 3~4곳의 업체를 하청사로 두고 있다. 잊을 만하면 뉴스에 오르내렸던 대기업의 ‘갑질’도 이런 이유에서 가능했다. 납품단가를 후려치거나 리베이트를 요구해도 어떻게든 맞춰주는 것이 중소업체 입장에서는 운영에 큰 도움이 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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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고비용 구조가 심화되면서 이제는 대기업이 ‘단가 후려치기’를 하지 않아도 중소 협력업체가 물량을 포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단가 인상이 어려운 대기업 공급물량보다는 물량이 적더라도 제값을 받을 수 있는 주문처 확보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또 다른 제조업체 C사는 “제조량을 늘릴수록 손해인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수년 전부터 대기업 비중을 조금씩 줄여 이제는 30% 미만”이라며 “앞으로 최저임금이 더 오르고 주52시간근무제까지 적용되면 이런 상황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재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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