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이 홍콩 현지법인의 자본금을 4억달러(약 4,500억원) 늘려 글로벌 투자은행(IB)들과 본격적인 경쟁에 나선다. 국내를 넘어 아시아 금융의 중심인 홍콩에서 초대형 IB의 행보를 이어갈 방침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8일 이사회를 열고 홍콩 현지법인의 운영자금 4,533억6,000만원을 조달하기 위해 신주 4억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19일 밝혔다. 주주배정방식으로 주당 액면가액은 1,133원40전, 주당 신주배정주식 수는 80주다.
증자를 마치면 홍콩법인의 자본 규모는 1,000만달러에서 4억1,000만달러로 크게 증가한다. 홍콩법인은 1997년 12월 설립됐지만 그동안 일부 펀드를 운용하고 현지 기관을 대상으로 한국 주식을 세일즈하는 정도의 역할만을 담당했다. 대대적인 증자로 홍콩법인에 힘을 실어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IB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홍콩은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하는 글로벌 경쟁력지수 중 금융시장 개발 구성요소 4위로 선정됐을 뿐만 아니라 중국 시장 접근이 원활해 아시아의 핵심 금융중심지이다. 미국 뉴욕, 영국 런던과 함께 세계 금융시장을 이끄는 지역이다.
한국투자증권은 ‘해외 트레이딩 센터’를 구축하고 단계적으로 현지 운용시장에 진출하는 등 홍콩법인을 아시아 금융거점으로 도약시킬 계획이다. 우선 금융회사 고유 계정으로 주식·채권·파생상품 등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자기자본거래(proprietary trading)와 주가연계증권(ELS) 헤지 운용을 시작하고 점차 해외 대체투자 상품 및 IB 딜 소싱 등으로 업무 영역을 확장시킬 예정이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아시아 금융시장 참여 확장을 통해 글로벌 IB들과 당당히 경쟁할 준비를 마쳤다”며 “철저한 준비와 현지화 전략으로 국내 증권회사 해외 진출 모범사례가 되겠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2월 베트남법인 증자 및 파생상품 시장진출, 7월 인도네시아법인 출범 등 동남아 금융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