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가 유럽연합(EU)의 경고와 국제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 강등 조치 등 전방위 압박에도 재정적자를 대폭 확대한 내년도 예산안을 고수해 우려를 낳고 있다.
2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탈리아 내각은 내년 예산안에 대한 EU 집행위원회의 공식 경고를 받은 뒤 가진 긴급 각료회의에서 예산안 수정을 하지 않기로 방침을 굳혔다.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 대표인 루이지 디마이오 부총리는 회의 후 “내가 오성운동의 수장으로 남아 있고 이 정부가 지속하는 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과 EU를 떠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우리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며 예산안에 큰 변화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앞서 오성운동과 극우성향의 ‘동맹’이 연대한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권은 재정적자 규모를 전임 정부의 계획보다 3배 늘린 국내총생산(GDP)의 2.4%로 설정한 내년도 예산안을 EU에 제출했다. 이에 EU 집행위원회는 이탈리아 예산안을 기각하고 과징금을 물리기 위한 절차를 밟으며 지난 18일 이탈리아 정부에 경고서한을 발송했다. 당시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이탈리아가 제출한 예산안은 EU 역사상 전례가 없는 것”이라면서 “EU가 제출한 예산안을 허용한다면 나머지 유럽 국가들이 반발할 것”이라며 당혹감을 드러낸 바 있다.
국제신용평가사들도 이탈리아의 재정 건전성 악화를 우려하며 신용등급 강등에 돌입했다. 19일 무디스는 이탈리아의 신용등급을 종전 ‘Baa2’에서 투자 적격 등급의 마지막인 ‘Baa3’으로 한 단계 낮췄으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오는 26일 이탈리아의 신용등급을 재검토할 계획이다. S&P는 지난해 10월 이탈리아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상향 조정하고 전망을 안정적으로 매긴 바 있다.
이탈리아는 22일 정오까지 EU 집행위원회의 경고에 대한 최종 답변을 제출하고 EU와 본격 협상을 시작할 방침이다. 주세페 콘테 총리는 “우리는 EU에 우리가 어떻게, 그리고 왜 이런 예산안을 짰는지를 설명할 것”이라며 “(예산안과 관련해)향후 EU와 건설적인 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