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인천국제공항공사 등에서 다수의 채용비리가 발각된 가운데 고용노동부가 각 기관에 전달한 공공 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이 유명무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이드라인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불공정 채용에 각별히 유의하라고 명시했지만 결국 형식에만 그친 꼴이 됐다. 고용부는 부랴부랴 채용비리 사전 방지 내용을 더욱 상세화한 공공 부문 정규직 전환 지침을 각 기관에 전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다. 고용부의 한 관계자는 21일 “서울교통공사 사태와 관련해 공공 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의 채용비리 관련 내용을 긴급히 보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존 가이드라인에도 정규직 전환과 관련한 채용비리 발생 가능성을 경고했지만 (기관들이 준수할)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5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공공 부문 비정규직 제로(0)’를 외친 뒤 고용부는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각 기관의 실천을 독려해왔다. 해당 가이드라인은 서울교통공사·인천공항공사 사태를 예견한 듯 채용비리에 대한 유의 조항을 담았고 후에 보강도 됐지만 현장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결국 정부가 정규직 전환 정책에서 숫자 늘리기에만 골몰한 채 ‘공정 채용’이라는 기본에는 눈을 감았다는 비난을 면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공공 부문의 경우 1단계 전환 기관 853곳에서 목표치의 88.3%(9월 말 기준)에 이르는 약 15만4,500명에 대해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의 전환을 결정했다. 2단계 기관 600곳(1만5,974명)도 올 하반기부터 전환을 시작했다. 고용부는 3단계 대상 기관·인원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