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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이익단체에 브레이크 걸린 新산업]ICT산업, 시장 선점이 관건인데...'떼법'에 밀려 줄줄이 표류

의료 빅데이터 사업, 시작도 전에 좌초 위기

블록체인 등 IT기술 활용하면

정보공유·보호 '두토끼' 가능

참여연대·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74개 노동·시민단체가 지난 1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개인 의료정보 상업화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제공=참여연대참여연대·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74개 노동·시민단체가 지난 1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개인 의료정보 상업화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제공=참여연대



차세대 먹거리로 활용될 각종 첨단 신산업이 이해단체의 반발에 부딪혀 줄줄이 표류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특성상 타이밍을 놓치면 다른 국가 경쟁자들에 시장 선점의 기회를 빼앗기게 된다. 이미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분야에서 뼈아픈 경험을 했다. 그럼에도 빅데이터 사업과 원격의료, 승차 및 숙박 공유 등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분야가 막무가내식 반발에 막혀 날개조차 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 당국이 사업 의지를 밝혔음에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일부 신산업의 현주소를 들여다본다.



5,000만건에 달하는 국내 의료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한 정부의 의료 빅데이터 사업이 시작하기도 전에 시민단체의 반발에 부딪혀 공회전하고 있다. 의료 빅데이터의 경우 활용하면 첨단 헬스케어 사업 및 정밀의료 분야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어 대표적인 첨단 신산업으로 꼽힌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일 일자리위원회에 참여해 의료 빅데이터망 구축에 대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의료 빅데이터망을 구축하기 위한 ‘바이오·헬스 빅데이터 플랫폼 사업’과 ‘마이데이터 사업’ 등의 추진이 핵심내용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하는 ‘바이오·헬스 빅데이터 플랫폼’은 대형 병원 39곳이 보유한 5,000만명의 의료 데이터를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없도록 표준화해 공유하는 사업이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마이데이터 사업’은 개인이 자신의 건강검진 자료 등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내려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업계에서는 “장기간 양질의 데이터가 축적될 수 있는 건강보험이라는 제도를 두고도 활용이 불가능해 많은 업체가 규제가 없는 중국으로 진출했다”며 “빅데이터망 구축이 이뤄지면 국내에서도 활발하게 연구활동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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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빅데이터는 헬스케어 AI, 첨단 의료기기, 신약, 정밀의료 분야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빅데이터를 AI와 연계, 신약 후보물질의 효능과 부작용을 미리 파악해 임상 단계 이전에 성패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으며 첨단 의료기기에서도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더욱더 정밀한 진단이 가능하다. 실제로 SK바이오팜은 인공지능 기반 약물설계 플랫폼 개발을 최근 완료했다.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의사를 보조하며 병명 진단을 할 수 있는 기기는 이미 여러 업체에서 상용화된 상태다.

바이오 스타트업 스탠다임의 송상옥 박사는 “신약 개발에서 빅데이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개별 회사가 방대한 제약 산업의 빅데이터를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가 참여한 컨소시엄에서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는 이 같은 정부의 방침에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10일 참여연대·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74개 노동·시민단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개인의료정보 상업화에 반대하는 범국민서명운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가 개인의료정보를 가명 처리해 기업이 활용하도록 하는 개인정보보호법을 추진하려 한다”며 “개인정보 규제를 지금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보안 이슈도 이유 중 하나다. 특정 업체 서버에 저장된 유전병·성병 등 민감한 의료정보가 해커에 의해 개인 신상과 함께 유포될 경우 그 부작용은 주민등록번호 등과는 차원이 다른 얘기라는 게 반대 측의 주장이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블록체인 등 새로운 정보기술(IT)을 활용하면 개인정보 보호와 빅데이터 공유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고 밝혔다. 생명과학 분야에 적용되는 AI 개발 업체인 독일 이노플렉서스의 건잔바르 대표는 “블록체인을 활용해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면서도 신약 개발의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우영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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