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로터리]지갑 속 추억 하나

박일준 한국동서발전 사장




직원들과 편하게 가진 식사자리에서였다. 낚시·등산 등 취미를 소재로 한창 대화가 이어지던 중 애장품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평소 물건에 대한 애착이 별로 없는 필자로서는 딱히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그러다 문득 항상 가지고 다니는 지갑 속에 들어 있는 ‘추억’이 떠올랐다. 필자의 지갑 속에는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빛바랜 사진 몇 장이 들어 있다. 결혼식에서 웨딩드레스와 전통혼례복을 입은 젊은 날의 곱디고운 아내와 찍은 사진, 그리고 몇 년 전 아내, 두 딸과 함께 생일 기념으로 종로에서 찍은 스티커 사진이다. 지갑에 결혼식 사진을 넣고 다닌다고 이야기하면 주변에서는 적지 않게 놀라워한다. 필자가 가족사진을 지갑에 넣고 다니는 이유는 간단하다. 나아가야 할 길이 잘 보이지 않거나 결단이 필요할 때, 지치고 힘들 때마다 가장 큰 힘이 돼주고 영감과 의지를 불어 넣어주기 때문이다.


그런 가족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직장동료들이다. 직장인들은 하루 중 대부분 시간을 직장에서 보낸다. 또 하나의 가족인 셈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잘 안다고 생각해도 조금만 더 깊게 파고 들어가면 그런 사람이었나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일이 적지 않다. 한가족이라 하더라도 함께 겪은 일을 서로 다르게 이해하고 기억하는 경우도 있고 부모·자식 간 세대 차이를 실감할 때도 있으니 직장동료 간에는 말하지 않고 지나치는 이야기가 얼마나 많을까. 업무를 매개로 한 관계이기 때문에 가족처럼 소소한 일 하나하나를 공유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그렇기에 끊임없이 소통하며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고 공감하고 때로는 격려하고 이끌며 중요하고 도전적인 순간 잠재력과 전문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직장동료로서 지녀야 할 자세가 아닐까.

관련기사



필자는 동서발전에 취임한 후 경영방침으로 ‘희망의 동서, 혁신의 동서, 행복한 동서’를 제시했다. 그 중 ‘행복한 동서’는 직원들의 행복을 위해 역량개발 등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직원 개개인이 존중받고 있다는 행복함을 느끼며 그가 가진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뒷받침하는 것이 대표사원으로서 내게 주어진 큰 역할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직장인들은 매일 참을성과 용기를 발휘하면서 눈앞의 삶을 살아간다. 바쁜 일상에 몸과 마음이 고갈된다고 느낄 때도 있지만 지갑 속의 가족사진을 떠올리면 마음이 둥글어진다. 저마다 마음속에는 빛바랜 사진 몇 장이 들어 있다. 사색이 깊어지는 가을에 당신의 소중한 사람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내어준, 그리고 옆에서 응원하고 있을 그 모든 가족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김능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