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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CJ '쉬완스' 인수에 기관자금 몰린 까닭은

"인수 시너지 효과 크고 안정적"

JKL 6,200억 프로젝트 펀드에

교직원공제회 등 19곳 참여




교직원공제회·수출입은행 등 국내 19개 기관투자가들이 CJ제일제당(097950)의 미국 냉동식품 제조업체 ‘쉬완스’ 인수에 앞다퉈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CJ제일제당이나 쉬완스 모두 실적이 양호한데다 올해 말을 지나기 전에는 이보다 더 안정적이고 규모가 큰 투자처를 찾기 어렵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관투자가들이 대출이 아닌 지분 투자에 베팅하면서 CJ그룹의 재무 부담도 한결 줄었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미국 쉬완스컴퍼니 지분 80%를 약 2조6,000억원에 인수하는 내용을 이르면 이달 말 이사회에서 의결한다. 20%는 기존 최대주주가 보유하되 쉬완스컴퍼니를 상장할 때 CJ제일제당에 매각할 것으로 보인다.


인수금 중 가장 많은 1조원은 CJ제일제당이 맡고 6,200억원은 사모펀드 운용사인 JKL파트너스가 국내 기관투자가들로부터 투자금을 조성한 프로젝트 펀드로 충당한다. 나머지 9,800억원은 일종의 대출인 인수금융펀드를 조성해 기관투자가의 투자금을 끌어모으기로 했다. CJ제일제당은 현금성 자금과 CJ헬스케어 매각 대금으로 인수 자금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눈길을 끄는 것은 JKL이 조성한 6,2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 펀드다. 교직원공제회(1,500억원), 수출입은행(500억원), 행정공제회(500억원)를 비롯해 경찰공제회·군인공제회·새마을금고 등 국내 기관투자가 19곳이 이름을 올렸다. 올해 나온 인수건 가운데 가장 많은 기관투자가가 참여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국내 웬만한 기관투자가들은 전부 참여했다”며 “경쟁이 워낙 치열해 교직원공제회 등 수천억원 이상 투자하던 곳도 투자금을 줄일 수밖에 없었을 정도”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최소 5% 초반 이상의 수익률을 기대하고 있다. 지분 투자보다는 수익률이 다소 떨어지지만 손실 가능성이 낮은 인수금융 투자에도 보험사나 은행 등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는 기관투자가가 대거 몰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투자에 기관들이 대거 몰린 것은 CJ제일제당의 쉬완스 인수 시너지 효과가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쉬완스는 기업간거래(B2B)와 기업과소비자간거래(B2C) 양쪽 모두 탄탄한 고객군을 가진 기업이다. 월마트 등 주요 대형마트와 슈퍼마켓에 입점해 있고 미국 냉동 피자 시장 점유율 2위, 냉동 디저트 시장 점유율 1위를 자랑한다. 4,500대의 배송차량과 대규모 물류센터 400곳을 보유해 전국 유통망을 갖췄다.

CJ제일제당은 월마트에 입점해 있지만 전체 매장의 2% 남짓에 불과하다. 입점 업체가 상품을 진열하는 국내 시장과는 달리 미국은 대형마트가 회사별로 상품 진열 권한을 갖고 있다. 인수 작업이 마무리되면 쉬완스가 갖고 있는 대형마트 진열대에서 CJ제일제당의 냉동 및 반조리식품을 볼 수 있게 된다. IB 업계 관계자는 “CJ제일제당 ‘비비고’가 내놓은 만두는 미국 대형마트인 코스트코에서도 만두 카테고리 1위에 오르는 등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유통 및 배송 부문에서 현지 기업을 따라잡기 버거웠다”면서 “쉬완스 인수 후 시너지가 클 것”이라고 평가했다.

CJ제일제당이 쉬완스 사업군 중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홈서비스’ 부문을 제외하고 인수한 것도 기관투자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온라인 주문을 통해 소비자에게 제품을 배달하는 홈서비스는 매출 자체는 전체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크지만 실제 수익성에서는 적자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CJ제일제당이 인수 이후 쉬완스의 사업 영역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쉬완스와 CJ제일제당을 별개의 사업체로 끌고 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1만7,000명이나 되는 임직원을 둔 쉬완스를 국적과 문화가 다른 한국계 경영진이 이끄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식품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수가 마무리된 후 한국의 경영 상황을 이해하면서 미국 현지사정에 밝은 경영진을 찾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임세원·김민석기자 why@sedaily.com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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