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삼성 반도체 백혈병’ 분쟁의 당사자들이 조건 없이 수용하기로 약속했던 중재안 발표가 당초 계획보다 지연되면서 보상 등 후속절차가 차례로 미뤄질 전망이다.
앞서 지난 7월 삼성전자와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그리고 조정위원회 3자는 향후 조정위가 마련할 중재안을 삼성전자와 반올림이 무조건 수용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당시 조정위는 9월 말에서 10월 초에 2차 조정 최종 중재안 내용을 발표하겠다고 시한을 제시했었다.
그러나 24일 해당 분쟁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조정위가 삼성전자와 반올림에 중재안 발표 시기를 연기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조정위는 지난 12일 양측에 보낸 공문에서 “9월 말∼10월 초로 예정한 2차 조정의 최종 중재안 발표 일정이 자문위원회 자문을 받는 과정에서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조정위는 “보다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중재안을 만들어 내고자 숙의 중”이라며 “이에 오는 10월 말을 기한으로, 최종 중재안 발표 일정을 부득이 연기하고자 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지난 2007년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 라인에 근무하던 황유미 씨가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하면서 촉발된 반도체 백혈병 분쟁의 3대 쟁점은 보상·사과·예방이다.
지난 2015년 1차 조정 때도 가장 큰 쟁점이었던 ‘보상’ 문제 때문에 중재안 마련에 시간이 걸리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애초 반올림은 ‘배제 없는 보상’을 요구했고, 삼성전자로서는 특정 기준 없이 모든 케이스에 대해 보상을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실제 이 같은 의견 차이로 지난 1차 조정이 불발됐었다.
견해차가 워낙 컸던 탓에 지난 7월 ‘중재안 무조건 수용’ 합의가 이뤄질 당시에도 과연 양쪽이 모두 수용할 만한 중재안이 마련될 수 있을지에 대해 ‘기대 반 우려 반’의 시선도 많았던 게 사실이다.
다만 현재로서는 양측 모두 최종 중재안을 조건 없이 수용한다는 합의 이행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논쟁이 있어서라기보다 보상 내역을 구체화하는 게 워낙 복잡한 문제이다 보니 시간이 걸리는 게 아닌가 추측한다”고 밝혔다.
지난 7월 합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9월 말∼10월 초 중재안이 발표된 후 10월 안에 반올림 소속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을 완료하기로 약속했었다.
그러나 중재안 발표가 연기됨에 따라 후속 절차들도 순연이 불가피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