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사립유치원 입학설명회 줄줄이 연기…일부지역선 폐원 계획도

'처음학교로' 참여 위해 일정 연기한 것이라는 관측 나와

"원아 모집중단"·"폐원 고민"에 학부모들 '피해 우려'

내년도 신입원아 입학설명회를 계획했던 사립유치원들이 잇달아 일정을 연기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21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동탄신도시 센트럴파크에서 열린 사립유치원 비리 규탄 집회 현장./연합뉴스내년도 신입원아 입학설명회를 계획했던 사립유치원들이 잇달아 일정을 연기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21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동탄신도시 센트럴파크에서 열린 사립유치원 비리 규탄 집회 현장./연합뉴스



내년도 신입원아 입학설명회를 계획했던 사립유치원들이 잇따라 일정을 연기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립유치원 회계비리’에 대한 논란이 지속하며 학부모들의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지자 국가가 주도하는 온라인 유치원입학관리시스템 ‘처음학교로’ 참여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4일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인천지회 등에 따르면 인천 내 일부 사립유치원은 전날 오후 학부모들에게 입학설명회 연기를 알리는 문자메시지를 보내 ‘최근 예정됐던 입학설명회를 잠정 연기하기로 했다’는 내용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맘 카페에는 ‘3곳 유치원 3곳의 상담을 받기 위해 번호를 남겼는데 2곳에서 설명회 잠정 연기됐다고 문자가 왔다’거나 ‘유치원 입학설명회는 잠정 연기에 어린이집 대기 상담 순번은 대체 언제일지 답답하다’는 내용의 글이 차례로 올라왔다.


한유총 인천지회 측은 온라인 유치원입학관리시스템인 ‘처음학교로’ 참여 문제로 일부 유치원이 입학설명회를 연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보통 입학설명회에서 추첨 등을 안내하는데 사립유치원들이 올해 ‘처음학교로’를 도입할 경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도입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설명회를 연기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정확한 수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처음학교로’ 시스템은 유치원 입학원서 접수, 추첨 결과 확인, 등록까지 온라인으로 할 수 있는 서비스로 지난해 전국으로 확대됐다. 공립유치원은 모두 이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지만, 사립유치원은 참여율이 매우 낮았다. 이 때문에 학부모들이 사립유치원마다 원서를 따로 내고 추첨일에는 온 가족이 동원되는 일이 되풀이됐다.

인천시교육청에는 이날 현재까지 사립유치원 249곳 중 24곳이 ‘처음학교로’에 참여하겠다고 신청했다. 지난해에는 사립유치원 1곳만 이 시스템을 이용했다.


경기 화성시 동탄의 일부 유치원도 전날 학부모들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11월에 예정된 입학설명회가 일정 및 방법에 대한 논의로 연기됐다’고 알렸다. 이날 기준으로 경기도교육청에 ‘처음학교로’에 참여하겠다고 신청한 사립유치원은 약 90곳으로, 지난 해(45곳)의 배에 달한다. 등록 마감일이 오는 30일인 만큼 ‘처음학교로’에 참여하는 사립유치원 수는 지금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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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입학설명회 연기가 ‘처음학교로’에 참여 문제 때문이라기보다 공립 유치원 모집 시기에 설명회를 여는 걸 피하기 위해서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유총 울산지회 한 관계자는 “현재 학부모 사이에 ‘사립은 뒷순위’라는 인식이 강해진 상태다. 일부 원장은 ‘공립 모집 시기에 입학설명회를 여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한 듯 보인다”고 언급했다.

한편 몇몇 유치원은 감사 결과가 실명으로 공개돼 비리유치원으로 찍혔다며 원아 모집 중단 등 폐원 계획을 통보해 학부모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교육계에 따르면 경기도의 일부 사립유치원이 “내년부터 신입 원아를 받지 않겠다”, “재학 중인 원아들이 졸업하면 유치원 문을 닫겠다” 등 학부모들에게 폐원 계획을 밝혔다. 이들은 최근 감사 결과 자료에서 이름이 공개된 곳들로, 비리유치원으로 낙인찍힌 데에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광주에서 사립유치원 6곳을 운영하는 원장 A씨는 “재학 중인 원아들이 모두 졸업하면 유치원들을 운영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재학 중인 원아가 있는 한 유치원 폐원은 학부모들의 동의가 필요해 원장이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없는 문제지만, 재학생이 없는 경우 학부모 동의 절차 자체가 필요 없어 폐원이 법적으로 문제 되지 않는다. 학부모들은 “정부와 해결해야 할 문제인데, 결국 아이들만 피해입는 꼴 아니냐”며 해당 사립유치원의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학부모 김모(36)씨는 “교육기관이라면 학부모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원아 모집을 중단하겠다고 하는 건 아이들을 그저 ‘돈벌이 대상’으로 본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다만 교육 당국은 정부가 오는 25일 사립유치원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인 만큼, 원장들의 입장이 바뀔지 주목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만일을 대비해 초등학교 내 유휴교실을 활용한 병설 유치원 확충 등 여러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감사 결과 자료에서 실명이 공개된 곳들 중 충남 천안과 서산에 있는 유치원 2곳도 폐원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천안에 있는 유치원은 설립자가 지역에서 유치원 두 곳을 운영 중인데 오래전부터 한 곳으로 통합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산의 유치원도 이번 사태와 상관없이 원장의 개인 사정으로 폐원을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홍나라인턴기자 kathy9481@sedaily.com

홍나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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