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된 지 3개월이 훨씬 지났지만 산업현장의 혼란과 부작용은 여전하다. 일부 기업들은 납기를 제대로 맞추지 못해 생산에 차질을 빚고 근로자들도 임금이 쪼그라들었다며 생활고를 호소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청와대가 뒤늦게나마 산업계의 목소리를 받아들여 보완책을 모색하기로 결정한 것은 다행스럽다. 정책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시행과정에서의 문제점을 꼼꼼히 살펴보고 이를 바로잡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공언한 대로 기왕 보완책을 마련하려면 산업계의 요구를 수용해 현실에 맞는 유연한 근로시간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크다. 현재로서는 탄력근로제를 손질하는 방안이 거론되는 모양인데 차제에 단위기간을 최대 1년으로 대폭 늘리고 근로자 대표와의 합의를 거쳐야 하는 도입요건도 개별 근로자 수준으로 완화해야 한다. 아울러 사무직이나 연구개발직 등 업무 특성에 맞춰 유연근무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폭넓은 재량권을 허용해야 마땅하다. 이를 위해 고소득 연봉자에 한해 근로시간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 일본처럼 다양한 예외규정을 두는 선진국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근로시간 단축의 취지를 퇴색시킨다며 거세게 반발하는 노동계를 설득하는 것도 정부의 과제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산업구조와 작업환경 변화에 맞춰 다양성과 유연성을 살리면서 노사 자율로 근로시간을 결정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정부의 획일적인 근로시간 규제는 소중한 일자리를 줄이고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키울 뿐이다. 섣부른 노동정책이 국민을 실험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얘기는 더 이상 나오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