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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지만 강한 농업' 네덜란드의 비결

이윤영 주네덜란드 대사




풍차와 튤립의 나라이자 지난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끈 거스 히딩크의 나라로 친근한 네덜란드. 우리나라가 최초로 만난 서양인들은 17세기 제주도에 도착한 네덜란드인 박연과 하멜이었다. 을사늑약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1907년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파견됐다가 순국한 이준 열사의 애국혼이 서려 있는 곳도 네덜란드다.

17세기 전후 약 100년간 세계의 대양을 지배하며 최강국의 지위에 오르기도 했던 네덜란드는 그 후에도 세계 비즈니스 허브의 역할로 경제 발전을 이룩한 선진국인데 그중 가장 경이로운 분야가 바로 농업이다. 국토 면적이 경상남북도 크기에 불과하고 경작 면적도 약 184만㏊로 한국과 비슷한 작은 나라가 당당히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농식품 수출 대국으로 우뚝 선 것이다.


특히 2000년대 이후 네덜란드는 경작 면적을 비롯해 농가 수와 농업 종사자 수가 줄어들고 있지만 농가당 평균 경작 면적과 소득은 꾸준히 증가해 세계적인 농식품 강국으로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토 면적도 작은데다 국토의 4분의1이 해수면보다 낮고 전체 국토의 17%를 간척으로 얻어 염분이 많은 토지라는 한계를 가진 네덜란드가 세계적인 농업 대국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필자는 새로운 농법 개발로 생산성을 높이고 농업시장을 개방해 혁신과 협업을 이끌어내는 등 농업을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만드는 데 과감하게 나선 결과라고 본다. 특히 네덜란드의 한 해 평균 농식품 수출액 130조원의 약 10%가 농생명 기술과 기자재일 정도로 지식기반 산업이다. 이 원동력은 ‘연구기관·정부·민간 부문’, 즉 골든트라이앵글의 끊임없는 협력을 통한 연구개발(R&D)이며 그 중심에는 농생명 기술 혁신의 허브인 바헤닝언대연구센터(WUR)가 있다. WUR은 ‘연구, 교육, 가치 창출’을 비전으로 하며 글로벌 농식품기업과의 R&D 협력으로 세계 농식품 기술 개발을 선도하고 있다.



최근 우리 농촌진흥청이 WUR과 상호 협력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는데 이는 우리 농업의 세계화와 기술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한국 농업이 국제경쟁력을 가지려면 정부·대학·연구소가 혁신과 협업으로 실용적 농업 연구를 활성화해 이를 농가에 제공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네덜란드 전문가들의 조언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두 번째는 제한된 국토와 염분이 많은 토지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농법 개발에 주력한 결과 ‘스마트팜’ 등 첨단시설을 도입해 노동 비용과 에너지를 절감하는 혁신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는 점이다. 그 결과 토마토·파프리카 등 수출 주력품목 생산 시설의 규모가 9,000여㏊(2015)에 이르고 시설원예 농가당 평균 소득은 24만3,000유로(약 3억원, 2016)에 달한다.

5월 농업 선진국 네덜란드의 저력을 한국 농업에 접목하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이낙연 국무총리 일행이 암스테르담 북쪽 애그리포트 간척지에 조성된 대형 온실단지를 방문했다. 이곳은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시설과 생육 관리를 자동화해 생산성을 높이고 친환경 재배와 자원 순환을 통한 지속가능 농업을 실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하 2.5㎞의 온수를 끌어올려 난방에 활용하고 빗물을 저수조에 담아 배양액을 혼합한 뒤 자동으로 공급한다. 생산한 토마토와 파프리카의 95% 이상을 세계로 수출하는 이 단지는 재배뿐 아니라 수확까지 아우르는 전자동화 시스템도 오는 2020년까지 구축할 계획이다.

그동안 네덜란드에 근무하면서 느낀 점은 유럽 한가운데 있는 물류의 중심인 네덜란드와 유사한 지리적 여건, 세계 최고의 정보기술(IT) 경쟁력 등을 고려할 때 우리 농업이 ‘제2의 네덜란드’로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우리 농업이 사양산업이 아닌 수출 주력산업으로 발전해나가는 모습을 가까운 시일 안에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박우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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