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도 시장의 기대를 한참 밑도는 실적을 발표해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전날 현대자동차가 전년보다 영업이익이 76% 줄어든 2,889억원을 발표해 시장을 충격에 빠트린 데 이어 기아차(000270)도 부진한 실적을 전했다.
26일 기아차는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컨퍼런스콜을 열고 3·4분기 매출액이 14조 74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2% 감소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1,173억원으로 흑자전환했고 당기순이익도 2,978억원으로 흑자로 돌아섰다.
기아차의 영업이익은 시장이 기대한 2,000억원에서 3,000억원 수준을 훨씬 밑도는 수치다. 지난해 3·4분기 기아차는 통상임금과 관련된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소급 지급할 급여 약 1조원이 반영되며 10년 만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번 분기 1,173억원의 영업이익으로 흑자전환을 했다고는 하지만 지난해 통상임금과 관련된 비용을 감안하면 사실상 영업손실을 본 것이다. 한천수 부사장은 “지난해와 비교할 때 흑자에 성공했지만 통상임금 관련 1회성 비용 제외할 경우 약 3200억원이 감소한 실적이다”라고 설명했다.
기아차의 발목을 잡은 것은 현대차와 같다. 우선 미국에서 에어백과 관련된 리콜 비용이 반영된데다 품질 향상을 위해 엔진의 문제를 조기에 감지해 운전자에게 전달하는 엔진진단신기술(KSDS)을 개발 및 적용한 비용이 2,800억원 가량 들었다. 여기에 신흥국 통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원화로 환산될 때 더 적게 표기되는 등의 환 관련 손실도 부담이 됐다.
올해 3·4분기 누적 기준으로 중국에서는 14% 증가한 24만2,380대를 팔아 실적이 호전되고 있지만 최대 시장인 미국은 44만 8,375대로 판매량이 3.3% 줄었다. 유럽은 2.6% 증가한 27만8,627대를, 중남미와 중동, 아시아 등 기타 시장은 3.5% 뛴 60만9,396대를 팔았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여파로 최대 시장인 미국과 중국은 물론 유럽, 신흥국 등의 경기가 하강하며 소비가 줄어들고 있어 판매 회복세가 이어질지는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기아차는 3·4분기만 따로 보면 해외에서 0.3% 감소한 55만9,242대의 판매대수를 기록했다. 내수도 좋지 않다. 국내에도 쏘렌토와 스포티지 등 주력 판매 모델이 경쟁사들에 비해 노후모델이 되면서 판매량이 12만6,153대로 4.1% 감소했다.
기아차는 품질 관련 일회성 비용을 조기에 반영한데다 북미 시장과 중국 시장의 신차 투입이 예고돼있어 4·4분기부터 실적이 회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천수 부사장은 “K3 신형이 4·4분기 본격 판매되고 대형 SUV 텔룰라이드도 북미 시장에 내년에 출시된다”며 “RV 중심 신차 사이클 4분기부터 가속화돼 판매 및 실적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