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성범죄 피해자 2차 가해에 칼을 빼 들었다.
26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안희정(53) 전 충남지사의 전 수행비서인 김지은씨에 대해 악성 댓글과 게시글을 올린 혐의(인터넷 명예훼손 및 모욕죄)를 받는 어모(35)씨 등 20여명을 검찰에 전원 기소의견으로 조만간 송치한다. 지난해 안 전 지사의 대선 후보 경선캠프에서 일했던 측근 2인도 포함됐다. 안 전 지사는 위력에 의한 간음죄 등으로 기소돼 1심 판결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검찰의 항소로 오는 11월 말 서울고등법원에서 유무죄를 다시 다툰다.
어씨는 김씨의 후임 수행비서로 경선캠프에서 홍보팀에 소속돼 있었다. 어씨는 사건이 불거진 지난 3~4월 포털사이트에 댓글과 답글을 1,000개 넘게 달면서 “제 발로 가서 당했다” “(김씨 때문에) 졸지에 백수 됐다” “미친X” 등 피해자에 대한 모욕성 댓글을 지속적으로 게시했다. 김씨의 이혼 이력을 강조하며 “성폭행당했다는 김씨의 말은 거짓말”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어씨는 네이버 뉴스 댓글란에 “남자 인생 조져놓고 책임도 안 진다” “내가 그 다음 수행비서니까 (김씨가) 증거인멸한 것은 100% 팩트” 같은 댓글을 달았다.
어씨와 함께 검찰에 넘겨지는 유모(50대)씨는 안 전 지사와 고등학교·대학교 동문으로 경선캠프 관계자로 활동하며 페이스북에서 안희정 지지 페이지를 운영했다. 유씨는 김씨에 대해 “성폭행당했는데도 안 지사가 참석하는 행사에 계속 따라다니고 싶어 했다는 게 말이 되나”며 지속적으로 김씨에 대한 비난글을 게시했다. 안 전 지사와 직접 관계된 측근 2인은 9월 우선 송치됐고 악성댓글을 단 일반 시민 20여명도 검찰에 송치되면 미투(Me Too·나도 고발한다) 이후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문제가 처음으로 사법당국의 심판을 받게 된다.
이은의 변호사(이은의 법률사무소)는 “모욕성·명예훼손성 댓글과 2차 가해는 별건으로 처벌받는 엄연한 범죄”라며 “포털 뉴스 댓글도 반복적으로 달면 실형이 선고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교육부·법무부·여성가족부 장관은 ‘스쿨미투’ 피해 학생들을 만나 2차 가해 방지를 강조했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스쿨미투에 동참하는 학생들이 2차 피해 없이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심리상담 등도 강화하겠다”며 “장기적으로 구조적인 성차별 문화를 바꿔나가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성범죄 피해자에 대해 악성 댓글을 달거나 허위 사실을 유포하면 2차 가해로 반드시 검거돼 처벌받는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