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앞에서 시민들이 성범죄 유죄추정을 규탄하고 있다./연합뉴스“유죄추정 그만두고 무죄추정 지켜내자”
“가해자는 발뺌하고 (피해자) 꽃뱀추정 중단하라”
‘곰탕집 성추행 사건’을 둘러싸고 상반된 견해를 가진 두 단체가 혜화역에서 동시에 집회를 개최했다. 두 단체 간 충돌이 우려됐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적은 인원이 참석해 진행됐다.
‘당신의 가족과 당신의 삶을 지키기 위하여(당당위)’와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남함페)’는 27일 서울 혜화역 일대에서 집회를 열었다. 2번 출구 근처에는 당당위가, 1번 출구 일대에는 남함페가 자리 잡았다.
추운 날씨에도 이들 단체가 혜화역에 모인 것은 지난달 부산지법 동부지원의 성추행 판결 때문이다. 부산의 한 곰탕집에서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한 남성이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다. 곰탕집의 폐쇄회로TV(CCTV)가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충분한 증거 없이 피해자 말만 듣고 남성에게 유죄가 선고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날 당당위 시위에서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당위 운영자 김재준 씨는 “당당위를 운영한지 두달이 채 안되는 데 벌써 제보해주신 분이 20명이 넘었다”면서 “범죄의 증명은 필요 없고 기소를 하면 사실상 끝이고 무죄증명을 위해서 피의자나 피의자 가족들은 다른 모든 일을 멈추고 사방팔방 뛰어다녀야 한다”고 말했다.
당당위의 여성 운영진은 “우리는 한쪽 성을 편들지 않고 다른 성을 적으로 두지 않는다”며 “남자든 여자든 억울한 사람들 편이다”고 언급했다.
27일 오전 서울 대학로 혜화역 1번 출구 일대에서 시민들이 ‘곰탕집 성추행 사건’의 2차 가해를 규탄하고 있다./연합뉴스이에 맞서 남함페는 당당위의 주장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며 반박했다.
남함페 측은 “오로지 가해자 측의 이야기만을 받아적고 피해자의 이야기는 ‘꽃뱀의 변명’으로 치부하며 삭제해버린다”며 “가해자의 말만을 받아적고 가해자를 두둔하는 집회는 그 자체로 2차 가해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곰탕집 성추행 사건에서 유죄 판결이 난 데 대해 피해자의 진술이 CCTV와 상통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날 두 단체의 집회에는 당초 예상보다 적은 인원이 참가했다. 특히 당당위는 경찰에 1만5,000여명이 참가할 것으로 집회 신고를 했지만 이날 오후 2시 기준 100여명이 참가한 것으로 추산됐다.
경찰은 혜화역 1~2번 출구 사이 4차선 도로의 교통을 통제하고 집회 간 거리를 떨어트려 두 단체 간 충돌에 대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