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숙명여고 문제유출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은 문제유출 혐의를 받는 전임 교무부장 A씨와 그의 두 딸인 쌍둥이 자매를 세 번째로 조사한 다음 진술 내용을 분석하고 있다. 경찰은 문제유출 여부 확인을 위해 교육전문가 등에게 쌍둥이 자매의 성적 추이 분석을 맡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 25일 쌍둥이 학생과 아버지 A씨를 한 차례 추가로 조사했다”고 29일 밝혔다. 경찰은 A씨와 쌍둥이 중 언니는 경찰서로 소환해 조사하고, 병원에 입원 중인 동생은 병원을 방문해 조사했다. 동생은 이달 14일 경찰 조사를 받은 후로 29일 현재까지 2주일 넘게 입원 중이다. 이주민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A씨 부녀는) 문제유출 혐의는 계속 부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경찰은 A씨와 쌍둥이 자매를 세 차례씩 조사했다. 이들은 모두 업무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이다. 경찰은 26일에는 숙명여고 교사 3명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경찰은 A씨 부녀 등 피의자들과 참고인들 진술 내용, 압수수색한 피의자들의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에서 나온 디지털 증거, 압수수색과 임의제출 등을 통해 확보한 쌍둥이 학생의 학교·학원 성적 등을 종합해 분석 중이다. 아울러 경찰은 쌍둥이 학생의 이번 2학기 중간고사 성적도 학교로부터 제출받아 수사 참고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경찰은 교육 관련 전문가 등에 쌍둥이 학생의 성적자료를 전달해, 성적 변화 추이에서 문제유출 혐의가 의심되는 부분이 있는지 의견을 들어볼 방침이다. 경찰은 쌍둥이 학생이 문·이과 전교 1등을 석권한 올해 1학기뿐 아니라 학생들이 1학년이었던 지난해 1∼2학기 시험도 모두 수사 대상이라고 밝혔다. 이 청장은 “이번 수사는 전반적인 성적 변화 과정을 조사하는 것”이라면서 “(A씨 구속영장 신청 여부는) 현재 검토하고 있지 않으며, 수사를 마무리한 뒤에 신병 처리를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쌍둥이 자매가 지난해 2학기에도 직전 학기보다 성적이 크게 오르는 등 시험문제 추가 유출이 의심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국회 교육위원회 김해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서울시교육청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쌍둥이 자매 가운데 언니는 지난해 2학기(1학년 2학기)에 5개 과목에서, 동생은 7개 과목에서 과목성적 최우수상(전체 1∼3등)과 우수상(상위 4%)을 휩쓸었다. 이에 비해 1학년 1학기 때 쌍둥이 자매 가운데 언니와 동생 모두 1개 과목에서만 각각 우수상과 최우수상을 받았다. 단기간에 성적을 올리기 어려운 국어·영어·수학 등 주요 과목에서 한 학기 만에 성적이 두루 오른 셈이다. 비교과까지 합하면 쌍둥이 자매가 지난해와 올해 받은 교내 상은 44개에 달한다.
김 의원은 “1학기뿐 아니라 지난해 2학기에도 시험 유출이 의심된다”며 “교육부와 경찰청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한 점 의혹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성문인턴기자 smlee9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