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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 상주본' 소장자 "1천억 줘도 안넘겨, 국민에 공개는 '당연'"

훈민정음 상주본 소장자인 배익기 씨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안민석 위원장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훈민정음 상주본 소장자인 배익기 씨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안민석 위원장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훈민정음 상주본’ 소장자인 배익기(55) 씨가 29일 “1천억을 받아도 국가에 귀속하고 싶지 않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혔다.

배씨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체부와 소속 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국가 귀속 의사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밝혔다.


안민석 문체위원장이 “국민에 공개돼서 민족 자산으로 활용돼야 한다는 점 공감하느냐”는 하자 배 씨는 “당연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국가 귀속 문제는 생각해봤는데 저 같은 국민이 잘 갖고 있도록 하는 게 국가의 의무라고도 생각한다”고 답했다.

안 위원장은 “1조원을 요구한 적이 있느냐”고도 물었다. 배씨는 “그런 적은 없고 문화재청에서 최소 1조원 가치가 나간다고 감정을 했다”고 말했다.

사례금에 대해서는 “감정가의 “10분의 1 정도인 1천억원을 제시한 적이 있다”는 그는 “1천억원 받아도 주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덧붙였다.


불에 일부가 그을린 것으로 알려진 상주본의 보관 상태에 대해선 “염려스럽다. 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한계가 있어서 제가 일일이 살펴보기 어려운 상태라 잘 있다고 말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 사진=연합뉴스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 사진=연합뉴스


훈민정음 상주본은 2008년 7월 경북 상주에 사는 고서적 수집판매상인 배씨가 집을 수리하던 중 국보 70호인 해례본(간송미술관본)과 같은 판본을 발견했다고 공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그러나 일부가 공개됐을 뿐 배 씨가 소장처를 밝히지 않아 10년째 행방이 묘연하다.

앞서 배씨는 상주 골동품업자 조용훈(2012년 사망) 씨 가게에서 고서적을 구매할 때 상주본을 함께 입수했다고 알려졌다. 조씨는 배 씨를 상대로 물품인도 청구 소송을 내면서 송사에 휘말렸다.

대법원은 훈민정음 상주본 소유자가 조 씨라고 판결했고, 조 씨는 사망하기 전 문화재청에 기증해 소유권은 국가에 있는 상태다.

그러나 배 씨는 도난 혐의에 대해서는 “훔쳤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가 확정돼 1년간 옥살이한 끝에 석방됐다.

이후에도 그는 법적으로 상주본을 소유했으나 실물을 보지 못한 문화재청과 상주본 재산가치 추정액 1조원의 10%인 1천억원을 주면 국가에 헌납하겠다는 배씨 사이에서 지루한 법정 공방이 지속됐다.

문화재청이 지난해 상주본 강제집행을 검토하자 배 씨는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했고, 1심 법원이 이를 기각하자 항소해 2심 재판이 현재 진행 중이다.

김진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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