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80세 노인 30년 장기대출' 연말부터 받기 어려워진다

당국 요청에 은행 심사 강화




올해 말부터 70세 이상 고령자는 30년 이상 장기 담보대출을 받기가 더 어려워진다. 이달부터 대출을 내줄 때 소득 상황을 꼼꼼히 살피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시행된 데 이어 대출심사까지 까다로워져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노인들에 대한 대출 통로가 좁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29일 “올 상반기 가계부채 현황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70~80세 이상 노인들에게 30~40년 만기 장기 대출을 내주는 사례가 발견돼 은행들이 자발적으로 이 같은 대출을 줄일 수 있도록 연말까지 내규를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은행들이 담보만 보고 고령층에 마구잡이로 대출을 내주는 것은 비상식적이라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이에 따라 대다수의 국내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내규를 마련하고 있으며 일부 은행은 이미 노인 장기 대출 심사를 까다롭게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에서는 DSR 시행에 이어 내규까지 시행되면 노인층이 대출 절벽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담보가 튼튼하고 상환능력이 있다면 고령자라고 해 원칙적으로 대출을 내주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기존 주택을 담보로 생활자금을 빌리려는 고령층이 뜻하지 않은 피해를 볼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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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60세 이상 노인의 평균 DSR(시중은행 6월 신규 대출 기준)은 111%로 금융당국이 위험선으로 보고 있는 70%보다 40%포인트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들은 소득이 상대적으로 낮아 같은 빚을 져도 DSR 수치가 더 높게 나타난다. 시중은행들은 이달부터 DSR 규제를 본격 시행할 계획이어서 노인들이 앞으로 대출을 거절당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번 시행에 따라 9·13 부동산대책을 우회하는 목적의 편법 주택담보대출도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예컨대 자녀가 1주택자일 경우 현재는 추가 대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부모 명의로 대출을 일으켜 주택을 매입하면 부모가 사망한 뒤 기존 보유 주택에 대해 상속주택 비과세 특례를 받을 수 있다. 부모 명의로 받은 대출도 중도상환수수료를 낸 뒤 대환대출을 받으면 승계할 수 있다.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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