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암호화폐 10년] 해외로 발길 옮기는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규제로 부진...홍콩·싱가포르 등에 거래소 개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해외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국내 암호화폐 시장이 정부 규제 등으로 부진에 빠지면서 해외로의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업계 및 외신에 따르면 넥슨의 지주회사 NXC는 이달 25일 유럽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스탬프를 인수했다. 지난해 코빗을 사들인 데 이어 두 번째다.

NXC는 벨기에에 설립한 투자 전문법인 NXMH를 통해 비트스탬프 지분 80%를 인수했으며 인수 금액 등 조건은 밝혀지지 않았다. 지난 2011년 설립된 비트스탬프는 유럽에서 유일하게 허가받은 암호화폐 거래소로 하루 거래액이 1억달러 수준이다. 네익 코드리 비트스탬프 최고경영자(CEO)는 소량의 지분을 보유하며 회사 경영을 계속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넥슨의 유럽 암호화폐 거래소 인수를 통해 해외 사업에 무게를 두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코빗이 한때 빗썸·업비트·코인원과 함께 국내 4대 거래소 중 한 곳으로 불리며 급성장했지만 올 초 이후 국내 암호화폐 시장이 냉각되면서 거래량이 지지부진해지자 해외로 눈을 돌렸다는 것이다. 암호화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암호화폐 거래 규모는 연초에 비해 급감했는데 경쟁 거래소는 수십곳으로 늘어나다 보니 국내 시장에만 의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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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사업을 강화하는 곳은 넥슨만이 아니다. 국내 1위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은 최근 싱가포르 소재의 블록체인 기업인 BK그룹에 인수됐으며 홍콩에서 새로운 암호화폐 거래소 덱스를 설립했다. 업비트는 이달 싱가포르에 새로운 거래소를 개설했으며 코인원도 인도네시아로 암호화폐 사업을 확장했다.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인 라인도 싱가포르에서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박스’를 운영 중이다.

이처럼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해외로 떠나는 것은 국내 시장의 비중이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정보제공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전 세계 암호화폐 거래량 중 한국 비중은 ‘투기 광풍’이 몰아친 올해 1월 26.5%까지 치솟았다가 올해 3월에는 9.2%, 7월 5% 밑으로 고꾸라졌다. 최근에는 일일 거래대금 기준으로 30% 이상의 점유율에 육박하는 날도 있지만 일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여전히 국내 암호화폐 규제가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면서 “해외에서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출시가 임박할 정도로 증권가 등 기존 제도권에 편입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에는 금융 당국이 암호화폐 펀드가 자본시장법 위반이라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업계의 혼란은 커지고 있다. 24일 금융감독원은 ‘일명 가상통화펀드 관련 투자자 유의사항’이라는 자료를 통해 ‘ZXG 크립토펀드 1호’의 위법성을 경고했다. 암호화폐 거래소 지닉스가 운영하는 ZXG 크립토펀드는 투자자로부터 암호화폐를 모아 암호화폐공개(ICO) 등에 운용하고 만기에 수익을 배분하는 형태의 상품이다. 금융 당국은 “모든 펀드는 금감원에 등록해야 하고, 펀드 운용사와 판매사는 금융위원회 인가를 받아야 하는 등 규제 준수 의무가 있다”며 “해당 펀드는 심사·인가를 받은 사실이 전혀 없어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해외 운용사를 통해 10억원 미만의 자금을 모집·운용한 만큼 신고 의무가 없었다는 것이 지닉스 측의 주장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암호화폐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법 당국이 위법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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