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심층진단-韓증시 왜 취약할가]G2 의존한 수출·증시 돈줄 막혔는데…정부 미봉책에 外人이탈

"반도체 등 주요기업 실적 이미 고점" 투자심리 급랭

'증시 안전판' 역할하던 연기금 제구실 못한 것도 악재

코스피가 엿새 만에 반등에 성공하며 2,014.69로 마감한 30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코스피가 엿새 만에 반등에 성공하며 2,014.69로 마감한 30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 2013년 5월22일 일본 닛케이지수는 1만5,627.26에서 16거래일 만인 6월13일 20.3% 급락한 1만2,445.38까지 떨어졌다. 2018년 10월의 한국 증시와 다를 게 없었다. 하지만 정부의 대응은 달랐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그해 6월19일 영국 런던의 금융중심가로 날아가 일본의 성장전략과 재정건전화 노력을 알리는 투자설명회를 진행하며 해외 기관투자가 등에 대일본 투자를 호소했다. 아베 총리는 세계 최대 사모펀드 중 하나인 칼라일그룹의 공동 창업자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회장 등과 만나 일본 투자를 요청했고 일본 정부 관료들과 주요 경제학자들도 뉴욕·런던·홍콩·싱가포르 등에서 투자 세미나를 열었다. 효과는 생각보다 빨랐다. 닛케이지수는 7월 들어 1만4,000선을 회복했다. 급락장에서 브레이크를 잡은 아베 정권은 이후 통화·재정·규제완화 정책의 삼박자가 효과를 발휘하며 지금까지 경기 확장을 이어오고 있다. 기업들의 실적 개선, 실업률 제로의 완전고용 상태, 주가 상승 등으로 ‘잃어버린 20년’을 마감했다.

이는 주가 급락과 경제불안에 떨고 있는 우리나라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우리 금융당국은 이달 들어 급격한 주가 하락에도 “펀더멘털은 견고하다”며 별다른 손을 쓰지 않았다. 수출에 의존하던 산업구조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에 휘둘리는 한계에 직면했다. 정부의 무관심 속에 자본시장은 흔들렸고 외국인은 주식을 팔고 현금을 챙겨 한국을 떠나고 있다. ‘9·13부동산대책’ 등의 영향으로 대출이 막힌 개인은 패닉에 빠졌다. 빚을 내 주식을 샀지만 주가 하락으로 증권사가 대출금 회수에 나서자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주식을 팔아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30일 국내 증시가 반등하기는 했지만 이 같은 구조적인 문제점들이 해소되지 않는 한 국내 증시 회복에는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달 들어 전 세계 주요 지수 가운데 한국 증시가 하락률 1위를 기록한 가장 큰 원인은 경기 악화에 대한 불안감이다. 곳곳에서 한국 경제가 하락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징후가 지표로 드러나고 있다. 경제의 엔진 역할을 하는 기업들은 외환위기 이후 20년 만에 가장 오랜 기간 설비투자를 줄이고 있다. 경기상황을 체감할 수 있는 지수들은 이미 국내 경기가 하강기에 진입했다는 신호를 보낸다. 지난 30여년간 증권가에 몸담아온 이종우 전 IBK투자증권 센터장은 “이미 6월부터 경기 하락에 대한 경고가 나오다가 최근 국내 경제상황이 최악에 달했다는 인식이 개인투자자들의 위기감으로 드러나고 있다”며 “과거 경기가 악화되면 주가가 50% 이상 하락했던 경험이 있어 주식시장을 떠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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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반도체를 비롯해 주요 기업의 실적이 고점을 찍었다는 경고가 나오자 투자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역시 “경기 불안감이 기업들의 어닝쇼크로 확인되면서 최근 주가 하락이 가속화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경제상황과 기업 실적이 당분간 회복되기 힘들다는 판단으로 외국인들은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만도 4조원 넘는 순매도를 기록하는 ‘셀(sell) 코리아’에 나섰다.

코스닥은 취약한 펀더멘털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바이오와 제약·엔터 등 시가총액 상위권 기업들이 실적보다 기대감으로 상승한 영향이 큰 만큼 하락장에서는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저가 매수세 유입도 기대하기 힘들다. 가계대출 규제부터 부동산대책까지 자금줄을 조여오자 폭락장에 들어갈 여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증시 하락을 방어해온 연기금이 이전과 달리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도 악재다. 국내 증시에서 영향력이 너무 커진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줄이기로 해 더 이상 기댈 수 없게 됐다. 다른 연기금 또한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시그널 없이는 과거처럼 주가 하락기에 안전판 역할을 하기 힘든 상황이다. 금융투자 업계와 투자자들은 정부와 금융당국이 최근 상황을 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대응해주기를 기다릴 뿐이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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