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삼성전자, 반도체 빼면 평범…D램 고정거래가 하락에 4분기 성적 불확실

[사상 최대 실적에도 웃지 못하는 이유]

폴더블·5G폰 성공 흥행에 성패 달려

종잡을 수 없는 환율·무역전쟁도 변수

31일 삼성전자(005930)의 실적 콘퍼런스콜은 의외로 차분했다. 잠정치 실적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은 만큼 3·4분기 실적에 논란은 없었다. 하지만 4·4분기 예상과 신제품의 차별화 전략에 대한 질문은 날카로웠다. 특히 총 9명의 질문자 중 5명이 반도체 전망을 집요하게 캐물을 정도로 반도체 고점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 조사결과 10월 D램(PC용 DDR4 8기가비트) 고정거래가도 전달대비 10.7% 급락하면서 메모리 경기 하락 우려를 키웠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시황이 내년 상반기까지 단기 약세를 보이더라도 수급이 다시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반도체 칩 수요처가 다변화될 만큼 메모리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는 점을 거듭 확인했다. 하지만 4·4분기 전망은 신중했다. 일단 정점을 찍은 반도체 시황이 내리막을 탈 것으로 보이는데다 스마트폰 역시 신제품 출시 등이 없어 폴더블 폰이 나오는 내년까지는 눈에 띄는 모멘텀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이번 분기에는 환율 효과로 8,000억원의 이익을 올렸지만 보호무역주의 심화 등으로 매크로 환경에 불확실성이 커지는 점도 부담으로 꼽혔다.




◇반도체 없었다면 평범한 실적=삼성전자는 3·4분기 매출 65조4,600억원, 영업이익 17조5,700억원을 거뒀다. 영업이익의 경우 분기 기준 역대 최대다. 과거 최고치였던 올 1·4분기(15조6,400억원)보다 2조원가량 많다. 올 한 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50조원, 65조원 안팎을 기록하면서 또다시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반도체를 제외한 세트 부문 실적이다. 반도체 부문은 3·4분기 13조6,5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전체 영업이익의 78%를 차지했다. 디스플레이도 1조원 남짓의 이익을 올리며 기지개를 켰다. 하지만 나머지 모바일·가전의 영업이익은 3조원에도 못 미쳤다. 세트 부문의 정체와 부진이 심각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모바일 부문은 지난 2013년~2014년 초만 해도 분기당 6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벌어들였다. 이번 분기 영업이익(2조2,000억원)과 비교하면 근 2~3배나 된다. 그만큼 반전의 계기를 못 찾고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4·4분기를 기점으로 메모리 시황이 본격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는 상황이다. 디램익스체인지는 4·4분기에도 D램 고정거래가가 전분기 대비 5%, 낸드는 12% 가량 빠질 것으로 보고 있다. 3·4분기엔 메모리 가격 하락 폭보다 수요 증가 폭이 커 삼성전자가 최대 실적을 올렸지만, 경기 자체가 나빠지면 가격 하락분을 방어할 수 없다. 올 연말부터 메모리 제조사들의 신규 라인 양산도 본격화된다. 삼성전자의 평택 2층 라인(D램)을 비롯해 SK하이닉스 우시 2차(D램)·청주 M15(낸드), 마이크론(D램), 도시바(낸드) 등이 예정돼 있다. 공급초과가 단기적으로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최근 메모리 가격 하락은 과거에 경험해보지 못한 시장 상황에 대한 심리적 영향에 기인한 측면도 있다”며 “앞으로 메모리 가격의 일시적 하락은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견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와 달리 급격한 시황 하락은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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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 높은 폴더블·5G폰=삼성전자는 내년 무선통신사업부(IM) 실적 반등의 구원투수로 폴더블폰을 꼽았다. 아울러 5G 장비, 5G 단말기, 5G 칩셋을 모두 보유한 강점이 있다고도 강조했다. 기존 스마트폰과는 차원이 다른 혁신으로 새로운 스마트폰 교체 수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다. 이경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상무는 “5G 상용화 국가가 확산되면 많은 기회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인 폴더블폰과 관련해서도 “접었을 때는 스마트폰, 펼쳤을 때는 태블릿PC의 사용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폴더블폰·5G 단말기에 대한 부정적 의견도 만만찮다. 가장 큰 문제는 가격이다. 시장에서 예상하는 폴더블폰의 가격은 170만~200만원 이상이다. 애플과 달리 삼성전자는 휴대폰 가격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소비자 지갑을 두고 모험을 해야 하는 셈이다. 만족스러운 사용자경험(UI)을 제공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5G 단말기 역시 아직 5G의 속도를 즐길 수 있는 서비스가 전혀 제공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초 폴더블폰, 5G 단말기 출시는 의미가 크지만 하드웨어만으로 판매량이 뒷받침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고 꼬집었다.

◇종잡을 수 없는 무역분쟁·환율 변수=3·4분기 삼성전자 실적 중 주목할 만한 점은 환율영향으로 8,000억원가량을 더 벌어들였다는 것이다. 통상 삼성전자의 환율 영향은 분기당 3,000억~5,000억원 수준이었다. 환율 영향이 예년보다 3,000억원 이상 컸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세트사업의 경우 원화가 주요 신흥국 통화 대비 강세를 보이며 부정적 영향이 있었고 부품사업에서는 원화가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이며 긍정적 영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주로 국내에서 만들어 해외로 수출하는 부품사업에서는 플러스가, 해외 현지에서 만들어 현지 시장에 바로 판매하는 세트사업에서는 마이너스가 발생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로서는 환율 영향 확대가 적지 않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최근 미국이 중국 D램 업체 푸젠진화반도체에 부품·장비·소프트웨어 등의 수출을 제한하기로 하는 등 대외 변수의 영향도 커지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8,000억원이면 올 3·4분기 현대차 영업이익의 두 배 이상에 달한다”면서 “미중 간 무역분쟁이 신흥국 경기 침체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현지 판매에 대한 악영향과 환율 변동성도 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신희철·권경원기자 hcshin@sedaily.com

신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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