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파생상품 시장도 얼어붙었다. 국내는 물론 해외 증시까지 흔들리면서 청약 ‘제로(0)’ 상품이 늘어나고 발행이 취소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발행 규모가 급감함에 따라 수수료 수익이 줄어든 증권사 실적에도 빨간 불이 켜질 것으로 전망된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5일부터 29일까지 청약을 마감한 증권사의 파생상품 164개 중 16.4%인 27개 상품의 발행이 취소됐다. 주가연계증권(ELS)이 23개였고 파생결합증권(DLS)과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가 각각 2개였다. 이 중 12개는 청약금이 전혀 들어오지 않았고 당초 모집하기로 했던 금액의 10%도 채우지 못한 상품이 절반을 넘었다.
이달 들어 국내 증시를 비롯해 글로벌 증시가 연쇄 하락하는 까닭에 투자자들이 몸을 사리는 것으로 보인다. ELS의 경우 주로 코스피200, 홍콩 H지수, 유로스톡스50 등 주요 지수를 기초로 설계한다. 대부분 3년 만기로 6개월마다 해당 지수의 가격이 기준 시점보다 크게 떨어지지 않으면 조기 상환된다. 반대로 목표 가격이 하락하면 손실 위험도 뒤따라 고위험 상품으로 분류된다. 투자자들은 10월에만 30일 현재 코스피200 -14.5%, H지수 -9.2%, 유로스톡스50 -7.1%의 수익률을 기록하는 만큼 손실을 우려해 ELS 투자를 꺼린 것으로 본다.
한 대형 증권사 영업부에서는 “고객들이 지금은 원금이 보장되는 머니마켓펀드(MMF) 상품 같은 안전자산에만 넣기를 희망한다”고 설명했다. ELS보다 상대적으로 수익률은 낮지만 저위험 상품인 ELB나 기타파생결합사채(DLB)도 투자를 꺼리기는 마찬가지다. ELB와 DLB는 운용자금의 90~95%를 우량채권이나 국공채 등 안전자산에 넣고 나머지를 주식옵션(ELB)이나 원유·금·통화 등의 기초자산(DLB)에 투자해 이익을 추구한다. 대개 원금 손실 가능성은 낮지만 지금처럼 변동성이 커진 시기에는 수년간 자금이 묶일 수도 있다.
파생상품 발행 규모가 급감하면서 증권사들도 고심이 커졌다. 운용 규모가 작으면 관리비용이 더 들기도 하고 판매 수수료가 줄어 수익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통상 1억원에 50만원가량 수익이 난다고 알려져 10억원 미만이면 청약금을 돌려주고 발행을 취소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청약금이 1억원 미만인데도 일부 증권사는 상품을 운용하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