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단체들이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1일 종교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를 정당하다고 판결한 것과 관련해 환영 입장을 표명하면서 정부에 “합리적인 대체복무제도를 만들라”고 요구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군인권센터·전쟁없는세상·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논의되는 대체복무제 정부안은 ‘징벌적’이므로 반대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여러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변호를 맡아온 김수정 변호사는 이날 대법 판결을 두고 “오늘 판결에서 ‘공동체와 다를 수 있는 자유’라는 언급이 있었다고 한다”며 “그 문장 하나만으로도 감격스럽다. 당연한 판결”이라고 호평했다. 김 변호사는 “고법으로 돌아가 무죄가 선고되면 계류된 다른 양심적 병역거부자들 사건에 대해서 검찰은 공소를 취소해야 하며, 대체복무제가 도입된 후에 대체복무를 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수감 중인 병역거부자들은 정부에서 사면 조치해서, 잔여 형기를 대체복무 등 다른 방안으로 채우도록 해야 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국제 인권기준에 맞는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권활동가들은 현재 국방부에서 마련 중인 대체복무제 안이 “모든 면에서 기준 미달”이라며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참가단체들은 성명에서 “현재 정부안은 복무기간을 현역 육군의 2배인 36개월로 하고, 복무 영역은 교정시설로 단일화하며 심사기구는 국방부 산하에 설치하는 것으로 결론 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며 “이는 실무추진단에서 검토하던 여러 안 중에 가장 ‘징벌적’인 것으로 최악의 안”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대체복무 기간이 36개월로 확정되면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긴 대체복무 기간을 운용하게 된다”면서 “유엔 등 국제기구와 한국 국가인권위원회는 ‘1.5배 이상의 대체복무 기간은 인권침해’라며 반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2배의 복무기간이 ‘국민 공감대’ 때문이라고 하나, 소수자 인권 문제를 여론에 따라 결정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여러 여론조사 결과에서 응답자 과반이 현역 복무기간의 1.5배 이내면 충분히 형평성 있는 대체복무라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복무 영역을 교정시설로 단일화하는 것 역시 전과만 없을 뿐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다시 감옥에 보내겠다는 안”이라며 “대만 등 다른 국가에서도 다원화된 복무 영역이 안정적으로 시행 중이며, 한국에서도 전환복무로 시행 중인 소방 영역이나 중증장애인·치매노인 등 간병 영역이 제안된 바 있다”고 말했다.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현재 당·정·청 협의라는 이름으로 준비 중인 대체복무안은 ‘병역거부자들 당해보라’는 심리가 깔려있어 부당하고 고약하다”면서 “정부는 당연히 여론의 평균을 살펴야 하지만, 소수자는 그 평균에 있지 않다. 정부는 다른 소수자가 평균에 채이지 않게 구호하고 구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노진표 인턴기자 jproh9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