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비디오 게임 가게들이 생겼다. 이런 오프라인 매장들은 여기저기에 많이 있었다. 모두가 기다리던 신제품 출시 전날이면, 게이머들은 초저녁부터 게임스톱 GameStop, 토이저러스 Toys“R”Us 혹은 베스트바이 Best Buy 앞에 장사진을 쳤다. 모두들 부푼 마음으로 판매가 시작되길 기다렸다. 당시는 비디오 게임의 제1시대였고, 호시절이었다.
그 다음에는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가 전국으로 서서히 퍼져나갔다. 게임업체들은 다른 사업모델로 실험을 하기 시작했다. 사용자들이 직접 게임 타이틀을 게임기에 다운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었다. 하지만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다. 우선 용량이 큰 게임을 다운받으면 서버가 포화상태가 됐다. 사용자들은 본인이 소유했다고 생각한 게임 라이선스를 제작사들이 취소할 때 분노하기도 했다. 하지만 곧 양쪽 모두 상황에 적응했다. 토이저러스는 사라졌고, 게임스톱은 매수자를 찾기 시작했다. 이때가 비디오 게임업계의 제2시대였다. 그 때만 해도 여전히 그럭저럭 좋은 시절이었다.
그 다음에는 스포티파이의 CEO 대니얼 에크 Daniel Ek 와 넷플릭스의 CEO 리드 헤이스팅스 Reed Hastings가 등장했다. 이들은 “이제 스트리밍 서비스가 비디오 게임을 대체할 것”이라 자신했다. 게임회사들은 두 회사와 다른 스트리밍 업체들의 성공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래서 사용자들이 원하는 게임을 즉시 전달하기 위해,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활용하는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바로 비디오 게임의 제3시대다. 일부 사람들은 이 시기를 게임업계의 최대 호황기로 보고 있다.
글로벌 게임회사 일렉트로닉 아츠 Electronic Arts의 CEO 앤드루 윌슨 Andrew Wilson은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최대 혁신은 스트리밍과 구독 서비스의 결합”이라며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를 통해 장애 없는 게임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게임회사들도 조심스레 미래에 투자하고 있다. 굴지의 두 게임업체 일렉트로닉 아츠(EA)와 소니의 사례를 살펴보자. EA는 지난 5월 게임 렌털업체 게임플라이 GameFly의 클라우드 스트리밍 기술을 손에 넣었다. 이어 6월에는 매년 열리는 세계 최대 게임전시회 E3에서 스트리밍 서비스 시험판을 언론에 공개했다. 한편으로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 나우 PlayStation Now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출시한 지 4년 된 이 서비스는 연 99달러를 지불하면 사용자들이 즉시 650개의 게임-대부분 오래된 카탈로그 타이틀이다-에 접속할 수 있다. 소니는 지난 2012년 초 클라우드 게이밍 회사 가이
카이 Gaikai를 인수한 바 있다. 3년 후에는 가이카이의 경쟁사 온라인 OnLine도 사들였다.
이런 전략은 뷔페처럼 일정 가격을 내면, 무제한으로 콘텐츠를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을 게임에 적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언뜻 보기에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연 100달러 구독료에 타이틀 당 60달러에 판매되는 게임들을 모두 이용할 수 있게 하면, 근본적으로 각 게임의 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론 수익성 높은 사업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 고정비용은 서서히 상승하지만, 매출과 고객 수는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때문이다. EA의 윌슨은 “그렇게 터무니 없는 얘기는 아니다. 근본적으로 같은 돈을 들여 콘텐츠를 제작한다고 생각하면, 신규 구독 방식을 통해 기존 모델보다 1억 명 더 많은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유비소프트 Ubisoft의 CEO 이브 기예모 Yves Guillemot도 이에 동의한다. 그 또한 스트리밍 비디오 게임이 5년 내에 회사 수익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 믿고 있다. 하지만 세부적인 측면에선 윌슨과 의견이 다소 다르다. 기예모는 넷플릭스처럼 플랫폼을 이용한 비즈니스 모델이 게임업계에선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는 대신 각 게임업체가 사용자들과 직접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콘텐츠 제작자 채널(publisher channel)‘ 모델을 더 선호한다. 그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다양한 다른 종류의 게임과 함께 다양한 서비스가 생겨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일부 게임업체들은 마냥 낙관적이지 않다. 부실한 스트리밍 게임이 초기에 노출했던 기술적 문제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테이크-투 인터랙티브 Take-Two Interactive의 CEO 슈트라우스 젤닉 Strauss Zelnick은 “분명 흥분되는 일이지만, 업계 판도를 바꿀 정도의 게임 체인저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닌텐도도 비슷한 의견을 갖고 있다. 닌텐도 아메리카의 사장 레지 피세메 Reggie Fils-Aime는 “결국 소비자는 놀라운 경험을 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아직 그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단 상황을 지켜보며 기다리는 접근법에는 위험이 따른다. 이미 일부 IT 대기업은 360억 달러 규모의 이 산업에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아마존(트위치 Twitch)과 마이크로소프트(X박스 라이브 Xbox Live), 구글(유튜브)은 세계 최고 수준의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엄청난 규모의 사용자들을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중국 IT·게임 대기업 텐센트 Tencent도 간과해선 안 된다. 이 회사는 액티비전-블리자드 Activision-Blizzard와 에픽 게임즈 Epic Games, 유비소프트 Ubisoft, 라이엇 게임즈 Riot Games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자국 내에선 트위치와 비슷한 라이브-스트리밍 플랫폼 도우유 Douyu와 후야 Huya의 지분 일부를 인수하기도 했다.
다른 말로 하면 이 게임이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는 얘기다. 전 세계 수억 명의 잠재 게이머들에겐 희소식이다.
번역 두지현 dj91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