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승리해 다음 라운드에 진출했다는 거예요. 그리고 제가 골을 넣었다는 것입니다.”
손흥민(26·토트넘)이 활짝 웃었다. 지난달 16일 대표팀의 국내 평가전을 마치고 “조금 힘들다”며 ‘방전’을 고백했던 손흥민이다.
손흥민은 1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 스타디움에서 열린 웨스트햄과의 잉글랜드프로축구 리그컵(카라바오컵) 16강 원정에서 2골을 터뜨렸다. 0대0이던 전반 16분 델리 알리가 페널티 지역 안으로 공을 내주자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2018-2019시즌 정규리그 등 모든 경기를 포함해 10경기 만에 토트넘 소속으로 넣은 첫 골이었다. 후반 9분 역습 찬스에서는 빠른 발로 골키퍼와 1대1 기회를 만든 뒤 한 박자 늦추고 침착하게 밀어 넣었다.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멋진 두 골을 넣었고 끊임없이 뛰며 기회를 만들었다”고 손흥민을 칭찬하며 양 팀 최고인 평점 8점을 매겼다. 맨 오브 더 매치(경기 MVP)도 손흥민이었다. 후반 26분 만회골을 내준 토트넘은 4분 뒤 페르난도 요렌테의 쐐기골을 보태 3대1로 이겼다. 8강 상대는 ‘북런던 라이벌’ 아스널이다.
지난달 30일 맨체스터 시티와의 정규리그 빅 매치에서 손흥민에게 휴식을 줬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옳은 판단이었다. 푹 쉰 손흥민은 그동안 강한 면모를 보여왔던 웨스트햄을 맹폭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손흥민은 이날까지 웨스트햄을 상대한 최근 3경기에서 3골 2도움을 퍼부으며 ‘웨스트햄 킬러’로 자리 잡았다.
경기 후 손흥민은 “골이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려 팀에 무척 미안했는데 드디어 다시 골을 터뜨렸다”고 기뻐하며 “팀을 오래 떠나 있어 미안했는데 이렇게 득점으로 도움이 될 수 있어 기쁘다. 팀원들과 코치진, 팬들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뒤 2018러시아월드컵에 에너지를 다 쏟고도 쉴 틈이 없었다. 미국에서 소속팀의 프리시즌 일정을 소화해야 했고 새 시즌 개막 직후인 8월에는 인도네시아로 날아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이끌었다. 병역 특례 혜택으로 토트넘에도 큰 기쁨을 줬지만 이후에는 A대표팀 국내 평가전으로 바빴다. 지치지 않는 게 더 이상할 법한 강행군이었다. 소속팀으로 돌아간 손흥민은 좀처럼 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달 25일 네덜란드 에인트호번과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원정에서 후반 막판까지 맹활약하며 감각을 찾았고 바로 다음 출전 경기인 이날 마침내 골 사냥을 시작했다. 시즌 성적은 2골 1도움. 5번째 출전 경기에서 시즌 첫 골을 뽑았던 지난 시즌과 비교하면 다소 늦은 페이스지만 아직 시즌 초반이다. 이달 국내 A매치에 오지 않고 소속팀 일정에 전념하기로 한 손흥민으로서는 지금부터가 본격적인 새 시즌이나 다름없다. 정규리그 5위(7승3패·승점 21)의 토트넘은 4일 오전4시45분 울버햄턴과 정규리그 경기를 치르고 7일 오전5시에는 에인트호번과 챔스 홈경기에 나선다. 손흥민은 “이번 골을 통해 자신감이 살아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