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피부색 다르다" 따돌림에…'외국인·미혼' 싱글맘·대디 정책지원은 사각지대

[아픈 사회, 우리가 보듬어야 할 이웃]

언어발달 느려 정서 장애 호소

한부모 혼자선 돌보기 어려워

소득·주거 불안, 양육 포기하기도

"쥐꼬리 지원금·인식 개선 시급"

필리핀 출신 싱글맘 A(28)씨는 요즘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의 학교생활이 걱정이다.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초콜릿 괴물’이라고 놀림 받으면서 부쩍 말수가 줄고 도통 웃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움을 구할 곳은 마땅치 않다. 애타는 마음에 A씨는 담임선생님을 찾았지만 ‘다문화든 아니든 차별 없이 아이들을 대한다’는 원론적 답변만 돌아왔다.

네 살짜리 딸을 키우는 미혼 싱글맘 B(30)씨는 평일 오후7시20분이면 집 근처 역에서 딸이 있는 어린이집까지 전력질주한다. 직장에서 정시에 업무를 마쳐도 어린이집이 문을 닫는 오후7시30분까지 도착하려면 시간이 빠듯하다. B씨는 근무시간을 줄여볼까 고민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아이가 커갈수록 양육수당이 줄어드는 탓에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 하기 때문이다.

외국인에 대한 차별적 시선과 미혼부모를 향한 사회적 편견으로 외국인·미혼 싱글맘·대디들이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의 자녀라는 이유로 아이가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가 하면 경제적 어려움으로 자녀 양육을 포기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외국인 싱글맘·대디의 경우 자녀교육 문제가 고민 1순위다. 피부색이 다르고 언어능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김효진 서울이주여성디딤터 원장은 “일부 다문화 아동은 언어발달이 느려 주의력결핍 및 과잉행동장애(ADHD) 등 정서적 장애를 호소한다”며 “이럴 경우 경제활동을 하는 외국인 싱글맘·대디가 아동을 혼자 돌보기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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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부모 한부모가정 수는 급증하는 추세지만 관련 정부 정책은 없다시피 하다. 지난 2015년 기준으로 외국인 싱글맘·대디는 1만2,125명으로 2012년 대비 72.7%나 늘었다. 김 원장은 “외국인 싱글맘·대디는 정책지원 사각지대에 있다”며 “이중고 겪는 이들을 위한 맞춤형 정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는 미혼 싱글맘·대디의 12%는 저소득층에 속한다. 경제활동을 하더라도 소득·자산·주거 수준이 열악한 근로 빈곤층으로 분류되는 것이다. 이들의 생활고는 양육 포기로 이어지기 일쑤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로 입양된 아동의 99.7%가 미혼 싱글맘 자녀다. 미혼 싱글맘·대디가 홀로 아동을 키우기 힘든 한국 사회의 현실에 대한 방증인 셈이다.

반면 이들에 대한 정부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다. 한부모가족지원법에 따라 정부가 만 14세 미만 아동을 양육하는 월 소득 148만원 이하의 저소득 미혼 싱글맘·대디에게 지원되는 양육비는 월 12만원이다. 조손가정 또는 5세 이하 자녀를 양육하는 싱글맘·대디에게는 월 5만원을 추가 지급한다. 김도경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표는 “혼자서 아이를 낳고 키운 미혼 부모들은 일반한부모나 부부가정보다 소득과 주거가 불안정하다”며 “정부에서 지원되는 아동양육비는 현실을 반영해 주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이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도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사생활이 문란할 것 같다’거나 ‘뭔가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사회적 편견이 이들에 대한 직접적 차별로 이어지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일례로 남성과 가정을 꾸려 출산하기보다 아이만을 원해 정자 기증으로 출산한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시선 역시 곱지 않은 게 현실이다. 김 대표는 “‘결혼=아이’라는 등식이 깨지려면 학교 교육에서부터 아이는 엄마와 아빠의 사랑으로 생겨난다는 등 교육이 필요하다”면서 “우리 사회도 싱글맘·대디 인식 개선을 위해 공익광고를 내는 등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종갑·오지현기자 gap@sedaily.com

서종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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