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과 같은 장애를 앓는 농아인(청각·언어장애인)을 대상으로 투자사기를 벌여 100억원가량의 돈을 뜯어낸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른바 ‘행복팀’ 총책에게 징역 23년의 중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행복팀 총책 김모(46)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일 밝혔다. 함께 기소된 행복팀 의사소통팀장 윤모(38)씨도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확정받았다.
김씨는 지난 2009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전국 농아인 150여 명에게 고수익을 미끼로 97억여 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았다. 처음에는 주변인을 상대로 범행을 저지르다 2012년부터는 같은 농아인으로 구성된 행복팀이라는 전국단위단체를 조직해 활동했다. 이들은 농아인들이 폐쇄적이고 사리분별이 떨어진다는 점을 악용해 “행복팀에 투자하면 원금을 보장하면서 3배의 수익금을 지급하고 좋은 집과 외제차, 연금도 준다”는 식으로 속이는 사기 행각을 벌였다. 투자금의 반환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피해자에게는 일부 금액을 변제해 신고를 방지했고, 행복팀을 탈퇴하거나 내부정보를 누설하는 피해자들에겐 협박의 방법을 썼다. 행복팀을 비방하는 글에 대해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대응팀을 만들어 범행을 최대한 은폐했다.
피해자 대다수는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피해자 가운데는 전 재산을 행복팀에 투자하거나 각종 대출까지 받아 돈을 바친 사람도 있었다. 거액을 잃은 충격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도 나타났다.
1심은 “단순히 피해자들의 돈을 빼앗은 것이 아니라 자신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 피해자들의 행복을 빼앗았다”며 김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2심은 추가로 발견된 범행 사실도 유죄로 인정해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2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