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시절, 방송인 김미화씨를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도록 방송사에 압력을 넣고 가수 윤도현씨의 소속사 세무조사를 유도하는 등 연예인 퇴출 공작을 벌인 전 국정원 간부들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강성수 부장판사)는 2일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원동 전 국익정보국장에게 징역 3년과 자격정지 3년, 신승균 전 국익전략실장에게 징역 2년과 자격정지 2년을 선고했다. 보석으로 풀려나 있던 신 전 실장은 실형 선고와 함께 다시 구속됐다.
박 전 국장 등은 이명박 정부에 비판적인 성향의 정치인과 연예인을 제압하겠다는 취지에서 여론 공작을 벌인 혐의로 기소됐다. 방송인 김미화씨가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도록 MBC 등 방송사에 압력을 넣고, 가수 윤도현씨 등의 소속사 세무조사를 유도하기도 했다.
다만 재판부는 신 전 실장이 배우 문성근씨와 김여진씨의 부적절한 합성사진 등을 유포해 문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해당 합성사진이 만들어져 유포된 사실은 당시 국정원 심리전단실 내에서만 공유됐을 뿐 국익전략실에까지 공유됐다고 보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이들이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전후해 부하 직원들을 시켜 이듬해 총선·대선에서 당시 여권의 승리를 도울 ‘선거 대응 문건’도 작성하게 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국정원 직원은 직위를 이용해 정치에 관여하는 행위를 경계할 필요가 있는데도,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합리적 이유 없이 종북·좌파로 규정해 국정원과 관련 없는 보고서를 작성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의 직무상 권한 남용 탓에 당사자들이 적지 않은 고통을 겪었다고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