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김광두 "선의의 정책도 시장서 못받아들이면 毒"

"경제팀, 한 호흡 인적구성 중요

건전한 재정 오래가지 못해"

정책 지속가능성 고민 토로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김광두 부의장이 2일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진 정책도 수용하는 대상이 받아들일 수 없는 상태일 때는 독(毒)”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차기 경제부총리, 청와대 정책실장과 관련해 “한팀, 하나의 호흡을 할 인적구성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김 부의장은 이날 서울 중구에서 열린 안민정책포럼에서 “정책 강도와 속도는 반드시 수용하는 대상의 상태를 파악하고 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근로자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도 시장의 상태를 보고 써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부의장은 “최저임금도 면밀하게 보고 계획대로 할 것인지 논의하는 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부의장은 “경제팀이 내부에서 토론하더라도 밖으로 나올 때는 하나로 집행될 수 있게 하는 인적구성이 중요하다”며 “어느 정권이든 이게 안 되면 정책이 제대로 만들어지지도 않고 전달되기도 어렵다”고 강조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장하성 정책실장 간 호흡이 너무 안 맞았으므로 진행 중인 인선에서는 팀워크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라는 조언이다.

이날 김 부의장은 평소 페이스북을 통한 고언보다 직접적인 언급은 자제했지만 그래도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꼬집었다. 그는 “경제에 있어서 정의는 일자리”라며 “많은 국민이 좋은 일자리를 갖고 있으면 자아실현을 하고 만족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떤 경제정책이든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고 파괴한다면 정의로운 정책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정의’를 중요한 가치로 내걸고 출범한 현 정부지만 경제에서는 이를 실현하고 있는지가 의문이라는 의미다.


김 부의장은 소득주도 성장과 관련해 “일자리가 안정돼야 한다는 것이 전제조건”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일자리가 안정되고 총소득이 올라가 내수로 연결되면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게 소득주도 성장인데 일자리가 줄면 논리가 끊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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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의 이데올로기에 대해서도 “정치 이데올로기는 시대정신을 바탕으로 만들어지겠지만 동시에 글로벌 상황과 부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권에서 세계 경제질서와 맞지 않는 이데올로기를 내세우면 지금과 같은 개방경제에서는 대단한 부조화를 초래해 국가가 손해를 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 정부는 법인세 인하, 공장 국내 유치 등 기업우대 정책을 펴는 미국·일본 등과 달리 초대기업 증세, 공정경제를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시대에 이는 우리 기업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고 결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이야기로 해석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시정연설에서 핵심은 적극적 재정확대를 통한 포용국가 건설이었다. 그는 “많은 재정 전문가들이 현재의 건전한 재정이 오래가지 못할 것 같다고 본다”며 “그래서 재정을 바탕으로 쓰는 정책의 지속가능성에 고민이 있다”고 덧붙였다.

규제와 관련해서는 “요즘 규제가 심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평가한 뒤 “시장 규제에 꽉 매이면 창의적 아이디어가 실현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익집단이 갈수록 도처에서 깊이 뿌리박고 있다”며 “이익집단이 계속 강한 주장을 할 때 정부는 정책을 추진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청와대가 최근 예고한 근로시간단축 연착륙 방안에 대해서는 “11월 초에 실태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당사자들이 이를 바탕으로 의견을 수렴해 개선하도록 합의했다”고 소개했다.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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