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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 유치원 걱정없는 선진국

佛 의무교육 3세로 낮춰

스웨덴은 3세 무상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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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가 오는 2019년부터 의무교육 시작 연령을 6세에서 3세로 낮추기로 했다. 나폴레옹 이래 가장 젊은 나이로 프랑스를 이끌고 있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에 따른 결정이다.

마크롱 대통령이 교육개혁의 일환으로 밀어붙이는 ‘3세 의무교육 시행 정책’에는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동등한 배움의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는 그의 믿음이 담겨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3세부터 학교 교육을 의무적으로 시작하는 것은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려는 차원”이라며 “기회균등이 곧 사회평등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유럽 다수의 국가들도 프랑스처럼 유아 시절부터 의무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교육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헝가리는 3세, 룩셈부르크는 4세, 영국과 네덜란드는 5세에 각각 의무교육을 시작한다. 유럽에서 가장 훌륭한 유아복지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스웨덴은 의무교육 시작이 7세로 약간 늦는 대신 3세부터 무상교육 서비스를 제공한다. 유아 기관의 82%가 국공립이고 사립기관도 대부분 비영리로 운영된다. 지난 1999년부터는 보육료 상한제를 도입해 학부모들의 보육비 부담과 지역 간 격차도 줄여왔다.


이처럼 유럽식 유아교육 시스템은 의무교육 개시 연령을 대폭 낮추거나 재정지원을 통한 무상교육을 제공함으로써 누구나 경제적 부담 없이 교육의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주요 특징으로 삼는다. 가디언은 “6세 이전에 아이들의 신체와 지능의 잠재적 발달 능력이 상당 부분 결정된다”며 “유럽이 조기 무상교육을 도입한 데는 모든 유아에게 일찍부터 대등한 능력을 심어줌으로써 배경의 차이를 줄여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겠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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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각국에서 유아교육 강화 행보를 보이는 것에는 동등한 교육기회 제공 외에 저출산 문제 대응이라는 이유도 있다. 프랑스는 유아교육에 중점 투자해 1990년대 중반 1.6까지 떨어진 출산율을 2.0까지 회복했다. 자녀가 2명 이상 있는 가정에는 자녀의 연령과 수에 따라 가족수당을 지급해 자녀가 증가할수록 수당이 늘어나는 지원방식이다. 스웨덴·영국·독일에서는 3세부터 무상교육과 보육시설 이용료를 지원받을 수 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스웨덴의 경우 1980년대 1.5 수준이던 출산율이 1996년부터 3∼6세에 대한 유아 무상교육을 전면 실시한 이후 1.85까지 높아졌다”며 “스웨덴의 영향을 받은 노르웨이 역시 2006년부터 5세 이하 전면 유아 무상교육을 시행한 뒤 출산율을 1.90으로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조기 유아교육의 시행은 국가적 측면에서 미래의 불투명성을 해소하는 선투자라는 분석도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헤크먼 미 시카고대 교수는 유아교육을 받은 사람은 장래에 소득이 높고 안정된 생활을 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영유아기 교육에 1달러를 투자하면 사회에 6.3달러의 이익이 발생하고, 이를 경제적 성과로 따지면 연간 수익률이 8%에 이르러 주식투자보다 낫다는 분석이다.

최근에는 일본과 미국에서도 유아교육 무상 지원을 확대하고 나섰다. 일본은 아베 신조 총리의 지시에 따라 저소득 세대를 대상으로 0~2세의 보육비용을 무상화했다. 2020년부터는 의무교육 개시를 5세에서 3세로 낮춰 유치원과 보육원 비용을 소득과 관계없이 무상 지원하기로 했다. 뉴욕시는 지난해 5월부터 워싱턴에 이어 미국에서 두 번째로 3세 유아의 무상교육을 시작했다. 뉴욕은 이미 4세 유아의 예비유치원(pre-K) 무상교육을 시행하고 있지만 이를 확대해 3세부터 무상으로 취학 전 종일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3-K for ALL’ 정책을 채택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아교육 무상화나 의무교육 연령 낮추기는 모든 유아가 공평한 인생의 출발점에 서기 위한 중요한 인프라로 점차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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