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003550)회장이 재계의 예상을 깨고 법정상속분인 2.51%의 3배가 넘는 8.8%의 지분을 상속 받은 것은 지분율로도 분명한 LG그룹의 총수에 오르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상속에 따라 구 회장의 지분율은 15.0%로 압도적인 최대주주다. 종전 최대주주였던 고(故) 구본무 전 회장의 11.28%는 물론 구본준 부회장(7.72%)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대기업 상속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인 상속세도 정면 돌파하기로 했다. 구 회장은 이날 선대회장 주식을 함께 물려받은 장녀 구연경씨(2.0%), 차녀 구연수씨(0.5%)와 총 9,000억원이 넘는 상속세를 5년간 나눠 내기로 했다. 연경씨와 연수씨의 부담이 2,000억원 안팎으로 예상되는 만큼 구 회장이 부담해야 할 금액은 7,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상속세의 규모가 막대한 경우 연부연납 제도를 통해 앞으로 5년간 나눠 상속세를 납부할 수 있다. 회사 측은 상속인들은 11월 말까지 상속세를 신고하고 1차 상속세액을 납부한 후 5년에 걸쳐서 상속세를 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 회장은 상속세를 내기 위해 주식담보 대출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의 한 관계자는 “구 회장을 비롯한 상속인들은 역대 최대 상속세를 납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상속세를 관련 법규를 준수해 투명하고 성실하게 납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구 회장은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계열사 지분 매각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그룹 내 일부 계열사의 계열분리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앞서 지난달 4일 구 회장의 물류 계열사 판토스 지분 7.5% 전량 매각 결정 소식에 재계는 지분 매각이 상속세 납부를 위한 재원 마련이 아니냐는 관측을 내놨다. 당장 큰돈을 마련하기 불가능한 상황에서 가장 현실적이고 빠른 선택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판토스는 LG상사가 지분 51%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구 회장(7.5%) 등 공정거래법상 특수관계인이 19.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LG는 구 회장 등 LG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물류계열사 판토스 지분 전량인 19.9%(39만 8000주)를 미래에셋대우에 매각하기로 하고 구체적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입장이다. LG 측은 “지주회사 ㈜LG와 LG상사, 판토스로 이어지는 출자구조로 단순화함으로써 지배구조와 경영 투명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며 “특수관계인의 판토스 지분율 19.9%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기준인 20%에는 못 미치지만 이와 관련한 논란 자체도 해소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