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후손 위한 숲 가꾸기

박주원 경북대 산림과학조경학부 교수

박주원 경북대 산림과학조경학부 교수



요즘 학생들에게 지난 1960년대의 산을 배경으로 한 사진을 보여주고 어느 나라인지 물으면 십중팔구 나오는 답은 사막 지역의 나라다. 헐벗은 산지의 모습이 사막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1970년대를 살았던 세대가 메마른 땅에 나무를 심고 물을 주고 송충이를 한 통씩 잡아가는 숙제를 하며 바라보던 우리의 산은 지금과 다르게 나무가 없는 벌거벗은 모습이었다.

황폐했던 숲이 푸르게 탈바꿈한 것은 절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 포항 영일만 사방지구의 산림 복구 영상에서 급경사지에 줄을 잡고 올라가 곡괭이로 계단을 만들고 어머니들이 등에 논흙을 담아 올라가 나무를 심을 수 있는 터전을 만드는 장면을 볼 때면 가슴이 벅차오른다. 이렇듯 온 국민이 한뜻으로 노력해 113억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은 결과 우리나라의 민둥산은 대대로 지켜가야 할 위대한 유산인 울창한 숲으로 변모했다. 오늘날 우리나라는 세계가 인정하는 산림 녹화 성공국이기도 하다.


숲은 멀리서 보면 괜찮은 모습 같지만 정작 숲속으로 들어가 관심을 갖고 살펴보면 아직 가꾸고 보살펴야 할 곳이 많다. 숲이 제 기능을 발휘하도록 과거 심기만 하고 가꾸지 않아 방치된 숲을 1990년대 말부터 숲 가꾸기를 통해 정성 들여 가꿔왔다. 그러한 노력 덕분에 비로소 숲다운 모습이 갖춰지기 시작했으며 숲 가꾸기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도 형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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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나무를 심고 가꾸는 사람들은 자기 세대에 자신의 손으로 심은 나무로 득을 보기를 기대하지 않는다. 후손을 생각하는 긴 안목으로 숲 가꾸기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도 최근 기후변화로 대형 산불이 빈발하자 급증하는 탄소배출량을 감축하기 위해 대대적인 솎아베기를 함으로써 산림 내 연료를 줄이고 있다. 숲 가꾸기는 산불 예방과 탄소배출 저감뿐 아니라 나무들의 밀도가 적정 수준으로 유지되게 한다. 아울러 과잉경쟁이 완화돼 숲이 건강해진다. 벌채된 나무들을 숲길까지 끌어내면 지역의 제재소나 발전소 등에서는 이를 수집해 친환경건축재나 신재생에너지 자원으로 활용한다. 숲 가꾸기로 일거삼득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문명 앞에는 숲이 있고 문명 뒤에는 사막이 남는다”는 프랑수아르네 드 샤토브리앙의 말처럼 인류의 역사는 숲의 희생을 종종 요구해왔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숲은 문명의 발전·유지를 위해 필요한 연료와 건축자재 등을 공급하고 도시와 농경지의 확장을 위해 터전을 기꺼이 인간에게 내줬다. 이제는 우리가 모든 것을 내주는 숲에 감사함을 느끼고 자연 생태계의 일원으로 책임감을 갖고 숲을 가꿔야 한다. 숲은 인간의 삶과 늘 맞닿아 있다. 내가 심고 기르며 가꾸는 숲은 내가 낳아 기르는 자손들이 영원히 누려야 할 산림자원의 보고다.

산림의 공익적 가치는 126조원으로 국민 1인당 연간 249만원의 산림 혜택을 누리고 있다. 숲을 가꾸면 경제적 가치는 1.3배로 늘어난다. 11월 한 달은 숲 가꾸기 기간이다. 숲 가꾸기 기간을 맞아 내 후손을 위해서라도 숲에 작은 것이라도 돌려줄 수 있는 자세를 한번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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