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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큐레이터의 도면함] '시청각' 큐레이터가 그린 한국 미술의 도면

■1:1다이어그램-큐레이터의 도면함

현시원 지음, 워크룸 프레스 펴냄




2013년 11월,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57-6의 한옥 주택으로 배(船) 한 척이 들어왔다. 미술관도 아니고 상업화랑도 아닌 대안적 성격의 전시공간 ‘시청각’의 개관전에 출품한 작가 잭슨홍의 ‘배’였다. “인근에 있는 통인시장 활성화 정책 덕분에 대로변에 2시간 무료 주차가 가능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배’가 그 좁은 골목을 통과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배’는 “앞에서 보면 종이를 접어 만든, 세상 두려울 것 없이 자신만만한 배의 형상으로 완벽하지만” 그 뒤쪽은 텅 빈 ‘반쪽짜리’ 배다. 심지어 이 비어있는 배 뒤쪽으로 인근 청와대 운동실에서 공이 날아온 적 있다고 한다.

‘시청각’의 공동 디렉터인 현시원 씨가 쓴 신간 ‘1:1 다이어그램-큐레이터의 도면함’은 이렇게 잭슨홍의 작품으로 시작해 지난 7년간 시청각에서 펼쳐진 전시와 그 주축을 이룬 작가들의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남화연,사사(Sasa[44]),구동희,정서영,전소정,문성식,정금형,안규철,김영나,옥인콜렉티브,이수성,김익현,박미나,이수경,주재환,윤향로,노상호 등의 책을 채운 작가 이름만으로도 쟁쟁하다. 이 책을 ‘큐레이터 현시원이 기록한 2010년대 한국 미술의 현장’이라 평할 만하다.


책 제목은 전시장 입구에 관람객을 위해 비치되는 전시 도면을 떠올리게 한다. 도면은 전시의 길잡이가 되기도 하고 추가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저자에게 도면은 “작가가 만들어낸 작품과 전시를 경험하는 시간을 전시가 끝난 이후에도 확보하고 또 어느 시간대 이상으로 확대하려는 의지”를 구현하는 상징적 매체이자 도구다. 또한 ‘1:1 다이어그램’은 보르헤스의 소설 중 “왕은 신하에게 자신의 영토만큼 큰 지도를 요청한다. 하지만 그 지도를 완성할 경우 지도는 세계를 덮어버리므로 존재 자체가 불가능한 지도”에서 착안했다. 전시를 평하는 자신의 글쓰기가 얼마만큼 실체를 반영하고 투영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저자의 고뇌가 읽힌다. 그럼에도 이 책은 그 자체로 2010년대 한국미술이라는 거대한 전시의 도면 중 한 장이라 하기에 손색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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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전시와 작가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라 흥미롭고, 미술 문외한이라면 시대와 작품을 읽는 깊이 있는 시선을 가진 저자에게서 현대미술에 대한 접근방식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이 유익하다. 시대상을 품은 현대미술을 어떻게 보고, 사회 속에서 어떻게 읽어내며, 어찌 생각하고 또한 어떤 방식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할지 그 어느 것 하나 쉬운 일 아니기 때문이다.

책의 마지막 장 5부는 광주비엔날레, 서울시립미술관의 아카이브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30년 특별전, 독일의 10년 주기 미술행사인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에 관한 글로 채워졌다. 1만7,000원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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