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3·4분기 맥도날드 빅맥 가격이 전년동기 대비 4.7%, 스타벅스 커피 가격은 8.9% 오르는 등 주요 소비재 가격 인상이 잇따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식음료뿐 아니라 가정용 제품과 항공기 탑승권, 페인트, 가방, 신발 등 가격 상승의 물결은 전 업종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이러한 가격 상승 추세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스낵 제조업체 몬델레즈인터내셔널은 내년에 북미 지역에서 오레오 쿠키 등의 가격을 올릴 것이라고 했고 페인트 제조업체인 셔윈윌리엄스와 PPG인더스트리스도 재료비 인상을 이유로 내년 중 제품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예고했다. 셔윈윌리엄스는 올 10월에도 제품 가격을 최대 10%까지 올렸다.
스티브 커힐레인 켈로그 최고경영자(CEO)는 “오는 2019년에는 금융위기에 따른 침체 이래 우리가 봐온 것보다 더 큰 인플레이션이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블레리나 우르치 바클레이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내년 1·4분기에 인플레이션이 급반등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의 제품 가격 상승 움직임의 원동력은 미국이 진행 중인 무역전쟁과 경기 호조에 따른 급격한 임금 상승 등에서 찾을 수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무역전쟁의 여파로 원자재와 운송비 등의 가격 상승이 상품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수입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과로 이들 원자재 가격은 각각 8%와 38% 치솟았으며 무역전쟁 격화에 따른 유가 불안으로 항공사들의 연료 가격은 지난해 대비 40%가량 올랐다.
고용시장과 인플레이션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임금 상승률 또한 기업들의 비용 부담을 키워 결국 제품 가격 상승을 이끄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미 노동부는 올 3·4분기 민간 부문 임금 상승률이 전년동기 대비 3.1% 올랐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2008년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노무라의 루이스 알렉산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시간당 임금 상승률이 3%를 웃돌 경우 이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를 촉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임금상승률 증가가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곧바로 연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알렉산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임금상승률의 증가가 직접 인플레이션으로 전환되진 않을 것”이라며 “최근 경기 확장기에서 임금 상승률의 반등에도 인플레이션은 의미 있는 수준으로 가속화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글래스도어의 앤드루 챔버레인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중요한 것은 임금상승세가 인플레이션을 웃도는지다”라며 “그런 일은 아직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물가 상승이 경기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가파른 물가 상승을 저지하기 위해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경우 호조를 보이는 미국 경기가 급격히 꺾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물가 상승에 따라 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 기업 투자와 가계 소비가 감소하고 이는 결국 경기 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연준 목표치인 2%에 근접한 가운데 기업들의 제품 가격 인상이 이어질 경우 물가상승 압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스티브 카힐레인 켈로그 CEO는 “물가 상승 시대가 지나가면 소비자 수요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움직임은 미국뿐 아니라 유럽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도 징조를 보이며 인플레이션에 따른 경기둔화가 전 세계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모건스탠리 국제경제연구소는 보고서에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 1.1%까지 떨어졌던 미국·유로존·일본 등의 근원 인플레이션이 1.4%로 올랐고 상승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0월 유로존 CPI 예비치는 전년동월 대비 2.2% 상승해 2012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