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대기만 100명…'BMW 3시리즈' 없어서 못 판다

BMW 7월 '火車'논란에도

현장에선 공급 줄며 품귀 대란

구형모델 할인 프로모션도 한 몫

물량 풀리는 내년 판매급증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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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3시리즈는 지금 주문을 하시면 대기번호가 100번 뒤로 갑니다.”

서울 강남구의 한 BMW 매장. 인기 모델인 3시리즈를 올해 내 구매할 수 있냐고 묻자 딜러는 “받기 힘들다”고 답했다. 딜러는 “3시리즈는 11월 입항 물량까지만 받는데 대기고객들이 있어 올해 내 구매는 힘들다”고 말했다.


차량 화재로 논란이 됐던 BMW가 시장에서 의외의 품귀현상을 보이고 있다. BMW는 지난여름 배기가스재순환장치(EGR) 결함으로 화재가 잇따르며 지난 7월 대대적인 리콜(결함시정) 계획을 밝혔다. 이후 전국 주요 공공기관은 물론 일부 대형 아파트 단지 주차장에서 BMW 차량 주차를 금지하거나 별도로 관리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8월 BMW 판매량은 2,387대로 전년 대비 39.8% 급감했다. 하지만 석 달이 지난 11월 BMW 매장은 밀려드는 주문에도 차가 없어서 못 팔고 있다. 서울 목동의 BMW 매장도 마찬가지였다. 같은 3시리즈 구매를 문의하자 “아무 색상, 아무 모델이나 받고 싶다면 어떻게든 구해보겠지만 특정 모델은 어렵다”는 답이 돌아왔다. 가격이 1억원 수준인 중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5, 7,000만원대인 X4의 경우 아예 차 주문이 불가능하다. 부천의 BMW 매장은 “3시리즈와 X5, X3, X4는 솔직히 이제 거의 구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딜러 업체들도 글로벌 본사에서 차량을 확보하기가 힘들다는 이유다. 한 딜러는 “화재 여파로 8월은 힘들었지만 9월부터는 주문은 늘어나는데 본사에서 배정해주는 물량은 줄어들며 차가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9월 BMW 판매대수는 2,052대로 전년 대비 13.9% 줄었지만 주문 감소보다는 공급이 달렸기 때문이란 게 현장의 분위기다. BMW 공급이 달리는 것은 두 가지 이유다. 우선 스포츠 세단 3시리즈와 SUV, X5, X4는 이미 글로벌 시장에 풀체인지(완전변경)된 신형이 공개됐다. 국내 시장에 모두 연말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순차적으로 출시된다. 이 때문에 글로벌 생산공장에서는 이미 신형을 생산하고 있고 재고물량이 주요 시장으로 배정되고 있다. 여기에 국내 딜러사들이 구형 모델에 대한 할인 프로모션도 강화하면서 9월부터 수요가 폭증해 물량이 동난 상태다. 한 딜러는 “3시리즈의 경우 디젤 모델은 1,300만원, 가솔린은 1,150만원까지 가격을 낮춰 줄 수 있다”고 말했다. 320d 기본 모델(5,090만원)은 실 구매가격이 3,700만원까지 내려간 셈이다.



9월 우리 정부가 디젤 차량을 대상으로 적용한 국제표준시험방법(WLTP)도 BMW 품귀 현상에 큰 영향을 미쳤다. 판매하는 모든 차량이 새 환경 규제를 통과해야 국내 시장에서 팔 수 있다. 이 때문에 BMW코리아에서 들여오는 차량 자체를 줄였다. BMW 관계자는 “인증 통과가 어느 시점에 될지 모르는데 무작정 차를 들여와서 재고를 쌓아둘 수는 없다”며 “인기 차종의 경우 글로벌 본사에서 물량을 확보하기도 어렵다”고 전했다. 심지어 새 인증 문제는 구형 모델뿐 아니라 올해 풀체인지된 신차들의 물량도 줄였다. 부천의 한 딜러는 “신형 X3의 경우 주문 후 3~4개월이 지나도 받을지 장담할 수 없다”고 답했다. 신차 가운데서는 530i 엠(M) 스포츠패키지 모델도 주문 후 인도까지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BMW가 내년 초까지 물량 부족 사태로 판매량이 뒷걸음질칠 것으로 보고 있다. 올 판매대수가 5만대 이하로 지난해(5만9,624대)보다 20% 이상 감소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연 1만대 이상 팔리는 볼륨모델인 신형 3시리즈와 신형 SUV가 대거 출시되는 내년에는 판매량이 뛰며 6만대를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수입차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 고급 수입차에 대한 수요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며 “인기 모델의 신차까지 대거 출시되면 판매량은 뛰게 돼 있다”고 말했다.


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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