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 예외국에 포함되면서 수출에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만약 예외국 지위를 인정받지 못해 이란산 석유 수입이 막힐 경우 우리 수출에 상당한 충격이 올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5일 블룸버그통신과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미국이 한국을 포함한 8개국에 대해 한시적으로 이란산 원유를 계속 수입할 수 있도록 제재 예외를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5일부터 이란의 원유, 천연가스, 석유화학 제품, 항만 운영·에너지·선박·조선 거래, 이란 중앙은행과의 거래 등을 제한하는 경제·금융 제재를 전면 복원한다. 그러나 한국 등 8개국은 이란에서 원유를 수입할 수 있다.
이란산 원유 수입이 막히면 국내 은행 원화결제계좌를 이용해 이란과 교역할 수 없어 우리나라의 이란 수출은 사실상 멈춘다. 이란은 우리나라에 원유를 수출하고 받은 원화를 우리나라 은행의 원화결제계좌에 쌓아놨다. 이후 우리나라 기업이 이란에 제품을 수출하면 이 원화결제계좌에서 원화로 대금을 받아가므로, 원유를 계속 수입해야 우리 기업이 수출대금을 받아갈 수 있는 구조다.
우리나라는 과거 이란제재 때도 제재 예외국 지위를 인정받아 이 같은 방식을 유지해왔다. 무역업계 관계자는 “원화결제를 통해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면 그 금액만큼 물품을 수출할 수 있기 때문에 일부 수출길이 열린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예외국 인정을 통해 시중보다 저렴한 이란산 원유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그만큼 우리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내에서는 현대오일뱅크, 현대케미칼, SK인천석유화학, SK에너지, 한화토탈 등 5개사가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는 상태다. 우리나라의 이란산 원유 수입은 2017년 1억4,787만배럴로 전년 대비 32.1% 늘었다. 전체 원유 수입의 13.2%를 차지하며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다음으로 많다.
국내에 도입하는 이란산 원유의 70% 정도는 콘덴세이트다. 저렴한 가격 때문에 국내 정유·석유화학사들이 선호해 우리나라 전체 콘덴세이트 도입량의 54%에 달한다.
그러나 제재 예외국으로 인정받아도 일정 정도 수출 타격은 불가피하다. 미국은 원유 수입에 한해서만 예외를 인정했다. 따라서 기타 제재 대상 품목은 여전히 수출이 어렵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8월 이란 수출은 20억8,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9% 줄었다. 수입은 40억5,000만달러로 23.7% 감소했고, 무역수지는 19억8,000만원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8월 7일 미국이 금·귀금속, 흑연, 석탄, 자동차, 상용기·부품·서비스 수출 등의 분야에서 이란과 거래한 기업·개인을 제재하는 1단계 제재를 재개한 이후 나타난 현상이다. 8월 수출은 1억4,000만달러로 전월보다 41.8% 줄어들었다. 주력 수출품목인 일반차량(-29.4%), 보일러 기계류(-14.5%), 플라스틱(-34.7%), 철강(-93.6%) 역시 모두 떨어졌다.
/이다원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