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로펌 뉴 프런티어 <9> 김앤장 해외건설·조선분쟁팀] 영어·외국법 공세서 토종기업 밀착방어

삼호重 5.7억弗 수주 취소 분쟁

영어계약서·외국법 절차 걸림돌

"직접 보고 사실관계 알아야 유리"

한달에 수차례씩 목포로 내려가

현장형 자문으로 유리하게 중재

김앤장법률사무소 해외건설·조선분쟁팀은 국내 로펌업계에서 건설·조선사 해외분쟁 분야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른쪽부터 오동석(사법연수원 25기) 변호사,  이대웅 외국변호사, 김지환(변호사시험 5회)·이철원(28기)변호사, 서성진 외국변호사, 김혜성(39기) 변호사. /송은석기자김앤장법률사무소 해외건설·조선분쟁팀은 국내 로펌업계에서 건설·조선사 해외분쟁 분야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른쪽부터 오동석(사법연수원 25기) 변호사, 이대웅 외국변호사, 김지환(변호사시험 5회)·이철원(28기)변호사, 서성진 외국변호사, 김혜성(39기) 변호사. /송은석기자



지난 2015년 9월 현대삼호중공업에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반잠수식 해저유전 시추선을 주문한 유럽 선주가 예고도 없이 계약 취소를 통보한 것이다. 2014년 말까지 건조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5억7,000만달러 수주는 물거품이 되고 선수금 1억7,000만달러에 이자까지 물어줘야 할 판이었다. 열흘 뒤 인도를 목표로 마무리 작업을 하던 삼호중공업으로서는 청천벽력이었다. 위기에 처한 삼호중공업은 국제기구인 영국해상중재인협회(LMAA)를 통해 중재 절차에 들어갔다.

그로부터 1년 5개월 뒤 중재는 극적 합의로 마무리됐다. 삼호중공업은 시추선 소유권을 넘겨받는 대가로 선주로부터 받은 선수금을 이자 없이 돌려주기로 했다. 뒤이어 지난해에는 시추선을 다른 유럽 해운사에 3억7,000만달러를 받고 매각하는데 성공했다. 이로써 삼호중공업은 추가 손실 없이 현금을 확보하면서 유동성을 크게 개선할 수 있었다.


막대한 손실이 예상됐던 국제중재에서 삼호중공업에 유리한 결과를 안겨준 법률 조력자는 김앤장법률사무소 해외건설·조선분쟁팀이었다.

수년 전만 해도 해외분쟁이 벌어지면 대부분 외국 법무법인(로펌)이 한국 기업을 대리했다. 계약서가 영어로 작성되는데다 국제중재 절차도 외국법을 따른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김앤장은 언어·문화적 차이로 국내 기업이 제대로 된 주장을 펼치지 못한다는 점에 착안하고 밀착 방어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현대중공업 해외법무실장 출신으로 당시 프로젝트를 이끈 오동석(사법연수원 25기) 변호사는 “분쟁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으려면 변호사가 직접 보고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한다”면서 “1년 6개월 동안 변호사를 비롯해 변리사와 회계사를 현장에 투입해 고객의 주장을 정리했다”고 말했다. 한국어를 구사하는 외국 변호사를 앞세워 1~2주가량 현장 조사한 뒤 서면을 작성하던 기존 외국 로펌과는 전혀 다른 대응이었다. 조선소 입장에서는 낮은 비용에 높은 효과를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하고 싶은 주장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다는 위안이 컸다.


삼호중공업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김혜성(39기) 변호사는 “모든 공정의 관련자를 만나 입장을 들어야 하다 보니 항상 사무실에 출장 가방을 준비해뒀다”면서 “한 달에도 수차례 목포에 내려가 며칠씩 지냈으니 거의 6개월을 조선소에서 일한 셈”이라고 전했다. 현장 밀착형 자문이 이뤄지자 조선소 관계자들은 “이전에는 기술적인 내용을 가르쳐 가면서 입장을 전달했는데 전체 공정을 제대로 이해하는 변호사를 만나 속이 시원하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는 후문이다.

관련기사



0615A33 김앤장 해외건설·조선분쟁팀


이철원(28기) 변호사는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최근 한국 조선소들이 영국 중재에서 조금씩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최근 몇 건의 재판에서는 유리한 조건으로 협상이 타결되는 실적을 거두게 됐다”고 전했다.

김앤장의 현장 밀착형 자문은 해외 건설 분야 분쟁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자문을 맡으면 초기 증거 수집 단계부터 장기간 체류하며 수많은 증인을 만난다. 증인마다 진술이 엇갈리면 강도 높은 인터뷰를 거친다. 또 도면과 현장을 직접 확인하고 전산 작업에 매달려 제한된 시간 안에 유의미한 검토 결과를 내놓는다.

팀의 간사 역할을 맡고 있는 임병우(28기) 변호사는 “건설 공기 지연과 손해배상에 관한 쟁점은 프로젝트 전체에 걸쳐 있어서 관련 자료의 양만 해도 발주사의 수십·수백 배에 달해 국내 건설사의 자료관리 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전문가가 이를 분석하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아직도 국내 건설사들은 대형 프로젝트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률적·계약적 위험을 간과해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의 손실을 보고 있는 게 사실이다. 예컨대 설계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기초설계자료(FEED)를 발주처가 작성해 제공하지만 거기에 포함된 일체의 문제나 하자에 대해서는 건설사가 책임을 진다는 조항이 있을 수 있다.

국내 로펌 업계의 해외 건설 분쟁 분야 개척자로 평가받는 임 변호사는 “FEED는 전체 설계 및 시공 과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발주처의 잘못을 건설사가 부담해야 해 막대한 손해를 입을 수 있다”며 “계약 단계부터 자문을 구해 예기치 못한 손해를 사전에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성수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