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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 굿센터] 서울성모병원 재생불량빈혈센터 '중증 범혈구감소증' 완치 길 터

半일치 조혈모세포 이식 2년 생존율

70%→92%로 끌어올려 걸림돌 없애

이종욱 서울성모병원 재생불량빈혈센터장 등 의료진이 여성 환자를 회진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성모병원이종욱 서울성모병원 재생불량빈혈센터장 등 의료진이 여성 환자를 회진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성모병원



백혈병 등 혈액암이 아닌 혈액질환 중 대표적인 난치병이 재생불량 빈혈이다. ‘피를 만드는 공장’인 골수에서 혈액줄기세포(조혈모세포)가 파괴돼 적혈구·백혈구·혈소판 같은 혈액세포의 수가 줄어 빈혈, 면역 약화로 인한 중증 감염, 멍이 들거나 출혈이 생긴다. 세균·곰팡이 감염으로 패혈증이 생기거나 지혈이 안 돼 뇌·장·폐출혈로 사망할 수 있다. 특히 뇌출혈은 수술·지혈이 안 돼 가장 치명적이다. 재생불량 빈혈은 적혈구 부족만 연상시키기 때문에 최근에는 ‘골수부전’ ‘범혈구감소증’이라는 병명이 함께 쓰이고 있다.

정확한 발병 원인은 모른지만 각종 바이러스가 면역체계를 교란시켜 외부 침입자를 죽이는 세포독성 T세포 등 면역세포가 골수에 있는 조혈모세포를 공격해 발생한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우리나라의 범혈구감소증 유병자는 인구 100만명당 25명 수준으로 서양인보다 많다. 절반가량은 반드시 치료해야 하는 중증이다. 중등도인 경우에도 3분의1가량은 5~10년 안에 중증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선별적으로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 경증은 치료를 하지 않아도 별 문제가 없다.


빈혈과 관련된 질환은 백혈병 등 수백 가지에 이른다. 범혈구감소증을 이런 질환들과 구별하려면 골수·말초혈액검사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선천성은 4%에 불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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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욱 서울성모병원 재생불량빈혈센터장(혈액내과 교수)은 치료방법에 대해 “증상에 따라 적혈구·혈소판 성분수혈을 하거나 세포독성 T세포 등의 조혈모세포 공격력을 떨어뜨리는 면역조절치료를 한다”며 “완치는 안 되지만 60%가량은 호전되며 감염된 경우 항생제를 투여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성분수혈은 근본치료가 못 된다. 가장 확실한 치료법은 방사선·항암제·면역억제제로 본인의 조혈모세포를 파괴한 뒤 조직적합성항원(HLA)이 50~100% 일치하는 부모·형제 등 직계가족의 조혈모세포를 이식하는 것. 하지만 형제자매라도 HLA가 완전히 일치할 확률은 25% 정도에 불과하고 반(半)일치 이식은 생착실패, 이식편대숙주반응 등 합병증 발생률이 높아 2000년 무렵부터 생명을 다투는 백혈병 환자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은 조혈모세포 이식 전에 투여하는 전신방사선 조사 및 면역억제제의 양을 늘려 중증 범헐구감소증 환자에서 합병증을 줄이고 생존률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데 성공했다. 중증 성인 환자 34명에게 반일치 조혈모세포를 이식한 결과 모두 생착에 성공하고 기존 치료로 70%에 그치던 2년 생존율을 92%까지 끌어올렸다. HLA 완전일치 형제자매의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은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65~85%의 생존율을 보고한 미국 등을 훨씬 웃돈다.

이 센터장은 “이 정도면 중증 범혈구감소증 환자에게 반일치 이식을 주저할 필요가 없는 수준”이라며 “저출산으로 HLA가 일치하는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을 수 있는 기회가 갈수록 줄고 있지만 직계가족으로부터 반일치 이식을 받아 완치될 수 있는 길이 활짝 열렸다”고 말했다. 그는 “고난이도 이식기법의 발달로 고령이거나 다른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의 이식 성공률도 높아지고 있다”며 “이식 후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치료법도 개발 중”이라고 덧붙였다.


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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