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복지지출 증가 등으로 국내총생산(GDP)에서 나랏빚(국가채무)이 차지하는 비중이 오는 2026년 처음으로 45%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중 45%는 지난 2016년 정부가 무분별한 재정 지출 확대를 막겠다며 국회에 제출한 재정건전화 특별법에 적시한 상한선이다. 특별법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계류돼 있지만 정부 스스로 넘기지 않겠다고 밝힌 ‘1차 마지노선’이 10년 후면 뚫리는 셈이다.
6일 국회예산정책처가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중기 재정 전망 2018~2027’ 보고서에 따르면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지난해 말 38.2%에서 꾸준히 상승하다가 2026년 처음 45%를 상향 돌파해 45.7%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듬해인 2027년에도 46.4%까지 추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국가채무 규모로는 지난해 660조2,000억원이었던 데서 9년 만인 2026년 1,165조3,00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예정처는 전망했다. 이후 2027년에는 국가채무가 1,233조7,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가채무는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진 빚을 의미한다. 재정 지출이 수입을 넘어서는 경우 이를 메우려는 정부가 국채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면서 발생한다. 국채 발행은 이자 부담까지 발생해 미래세대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기획재정부는 2018~2022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라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을 40% 초반으로 관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좀 더 양보하더라도 60% 이내로 유지하면 문제 될 게 없다고 보고 있다. 유럽연합(EU) 등 선진국들도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을 60% 이내에서 관리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100%가 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평균 국가채무 비율과 비교해도 높지 않다는 게 정부 인식이다.
하지만 정부가 불과 직전 정권 때 무분별한 나랏돈 풀기를 경계하겠다며 스스로 정한 ‘국가채무 비율 45%’ 선을 넘어선다는 점에서 재정 지속가능성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처럼 국가채무 비율이 빠르게 상승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급격한 고령화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복지 지출이 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기초연금 인상, 아동수당 지급 등 복지 확대 정책까지 더해지면서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이에 따라 ‘되돌릴 수 없는’ 경직성 지출인 의무지출이 늘고 국민 혈세를 통해 갚아야 하는 적자성 채무도 늘고 있다. 예정처는 대응 자산이 없어 국민 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적자성 채무가 2027년 761조1,000억원까지 연평균 8.8%씩 불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체 국가채무 연평균 상승률 6.8%를 크게 웃도는 속도다. 예정처는 “적자성 채무 증가율이 높게 나타난 것은 관리재정수지 적자 확대에 따른 것으로 2027년까지 사회보장성기금 수지를 제외한 총지출 증가(연평균 5.0%)가 총수입 증가(연평균 4.2%)보다 빠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