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사람과 함께 크는 일취월장 중소기업




윤인규 중소기업진흥공단 인천서부지부장

중소벤처기업 지원업무의 특성상 거의 매일 기업 현장에 간다. 현장에서는 인력, 최저임금제, 개성공단 재가동, 하청업체의 어려움과 같은 귀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중소기업 대표가 “우리 회사의 목표는 일취월장이다”라고 말해 크게 공감했다. 당시 나는 그 말을 매출을 많이 늘리겠다는 뜻으로 이해했다. 그런데 뒤이은 말을 듣고는 속으로 ‘옳거니’ 했다. 매출이 아닌 “청년 한 명 더 취업시켜 월급 많이 주고 시집·장가 보내는 것이 일취월장”이라는 것이다.


청년 실업률 10%, 실업자 100만명 시대, 헬조선, 열정페이. 이처럼 암울한 단어들에 어느덧 익숙해졌다. 청년을 위한 대기업 일자리는 부족하다지만 중소기업은 사람 구하기가 힘들다. 중소기업은 항상 인력이 부족하고 청년들은 항상 일자리가 없다. 이 때문에 청년들이 대기업에 향해 있는 시선을 조금만 돌려줬으면 하고 야속해하기도 한다. 누군가는 이 시대를 사는 청년들이 나약해 편한 일만 찾으려 한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저임금에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래서 내 아들과 딸에게도 추천해줄 수 있는 ‘좋은 직장’을 찾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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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규모가 큰 우수 중소기업을 많이 봤지만 매출이 많다고 해서 직원들에게 모두 좋은 직장은 아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잘 찾아보면 직원과 함께 크는, 숨겨져 있는 보물처럼 좋은 직장이 중소기업계에도 꽤 많이 있었다. 전 직원에게 해외연수의 기회를 제공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취업한 직원을 위해 중소기업 계약학과 진학과 같은 자기계발·교육 기회를 주는 곳, 매출은 크지 않더라도 일한 만큼 성과를 나누고 정당한 임금을 주는 공정한 곳, 해마다 직원 복지가 향상되는 따뜻한 곳.

이들 기업은 ‘사람이 곧 기업의 경쟁력’이라고 말한다는 데서 공통점이 있다. 인재가 기업성장의 경쟁력이라는 것에 공감하는 기업은 정부의 다양한 지원정책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중진공 기업인력애로센터에서 맞춤형 인재를 뽑고 청년재직자 내일채움공제를 통해 직원의 성과를 보상해줄 수 있다. 고용창출을 하면 그만큼 정책자금 금리도 우대해준다.

맹자는 사람을 사랑하는 정치와 경영을 고려하라고 했다. 인애의 경영이다. 중소기업은 왜 중소기업에 사람이 오지 않는지 생각해야 한다. 가고 싶은 좋은 직장을 만들어야 한다. 시설에 투자하는 만큼 인재에 대한 투자도 중요하다. 그 인재가 기업의 매출을 늘리고 기업은 성과를 다시 인재에 투자하고. 그것이 선순환 아닐까. 경제가 어렵고 특히 중소기업은 언제나 힘들었지만 그 속에서도 희망은 있다고 말하고 싶다. 같이 일하는 직원에게 월급 많이 주고 시집·장가 보내는 것이 목표라는 어느 중소기업인의 작은 다짐은 국가 경제를 다시 살리는 큰 첫걸음과 다르지 않음을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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