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남북 해빙에...'이승복 동상' 철거 논쟁

노옥희 울산시교육감, 철거 지시

"시대에 안맞아 없애야" 환영속

"역사 대신 정치 택한것" 비난도

울산 중구 태화초등학교에 세워져 있는 이승복 동상. /울산=장지승기자울산 중구 태화초등학교에 세워져 있는 이승복 동상. /울산=장지승기자



지난 1970년대부터 반공교육의 상징으로 여겨져온 ‘이승복 동상’이 철거 논쟁에 휘말렸다. 최근 남북 간 긴장완화를 계기로 “시대 흐름에 맞지 않다”는 여론과 “과거 반공 역사를 인위적으로 없애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6일 울산시교육청에 따르면 노옥희 울산시교육감은 최근 열린 간부회의에서 “초등학교를 방문했는데 이승복 동상이 있었다”면서 “시대에 맞지 않고 사실관계도 맞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른 시일 안에 없앴으면 좋겠다”며 사실상 동상 철거를 지시했다. 울산 지역에는 오래된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12개의 이승복 동상이 있다.


노 교육감의 논리는 남북이 평화의 시대로 가는 해빙기에 교과서에서도 사라진 이승복 사건이 동상으로 남아 있다는 게 맞지 않다는 것이다. 또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말한 것도 사실과 다르다는 견해다. 일선 초등학교의 한 교사는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반공소년 이승복 어린이’는 이제는 냉전시대의 상징으로만 남아 있고, 아이들 또한 전혀 관심 없다”며 “수십 년 묵은 체증이 싹 가시는 느낌”이라고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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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우강호 이승복평화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이승복 사건은 엄연히 있었던 사실”이라며 “평화통일 분위기에 편승해 역사적 사실을 빼는 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동상을 없애겠다는 것은 역사 대신 정치를 선택한 것으로 교육자로서 자질이 의심된다”고 비난했다. 울산 지역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현재 우리나라는 분단된 상태로, 반공교육의 상징인 이승복 동상을 일부러 없앨 필요가 있느냐”며 “반공교육은 여전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철거는 학교장의 권한이며 설치주체(기증자)의 허락이 필요하다.

이승복은 1968년에 발생한 ‘울진·삼척 무장공비 침투사건’ 때 공비들에게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외치며 저항해 가족과 함께 살해당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당시 한 일간지의 보도로 세상에 알려졌으며 이후 반공교육 소재로 널리 활용됐다. 유신이 선포된 1972년 이후 전국의 초등학교 운동장에 이승복 동상이 세워지기 시작했다. 1982년에는 이승복이 다녔던 학교(강원도 평창군 속사초등학교 계방분교)가 이승복기념관으로 조성됐다. 이승복은 사건 당시 초등학교 2학년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에는 이 사건이 조작돼 알려졌다는 의혹들이 제기됐다. 1997년 교과서에서도 완전히 사라졌다. 하지만 2009년 대법원은 당시 보도를 거짓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울산=장지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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