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BTS가 태어난 곳

한진현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한진현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4,500만, 24시간이 뭘 뜻하는지 아는 사람?”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강의실에서 한 교수가 던진 질문이다. 방탄소년단(BTS)의 앨범 ‘아이돌’이 유튜브에서 24시간 만에 조회 수 4,500만을 기록해 신기록을 갈아치웠다는 사실이 미 대학에서도 화제였던가 보다.

BTS는 지난 2005년 조그만 사무실에서 시작한 스타트업의 손에서 탄생했다. 2013년 첫 앨범을 발매했지만 별 성과가 없었다. 2년이 지나서야 주목받기 시작했고 2017년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로 전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 올 4월 한 기업이 BTS 소속사 지분 25.7%를 2,041억원에 매입해 화제를 모으더니 국내 모 증권사는 BTS의 가치를 최소 2조5,000억원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작은 스타트업이 키워낸 BTS가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비결은 무엇일까. 시장의 변화를 이해하면서 전 세계에 걸쳐 충성심 강한 팬덤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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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 음악시장의 판도는 음원에서 가수로 이동하고 있었다. 디지털 음원을 파는 시장은 규모가 줄어드는 대신 음악을 접할 수 있는 미디어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음원만으로는 더 이상의 수익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고객을 완전히 내 편으로 만드는 것이 관건으로 떠올랐다.

BTS는 시장의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하면서 처음부터 세계 시장을 겨냥했다. 유명 가수들의 연출된 이미지에 식상해하는 전 세계 음악 팬들을 상대로 소셜 미디어를 활용해 진정성 있게 소통했다. 일기처럼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BTS로그’, 촬영 뒷이야기를 다큐 형식으로 꾸민 ‘BTS에피소드’, 노래와 춤 연습 장면을 담은 ‘방탄TV’까지 놀면서 장난치고 인내하면서 노력하는 모든 과정을 팬들에게 여과 없이 드러냈다.

데뷔 전부터 적극 소통한 덕분에 BTS는 이제 세계 곳곳에 두터운 팬덤을 확보하고 있다. 트위터에 1,600만명의 팔로어가 있고 유튜브로는 19억명이 방탄TV를 시청한다. BTS의 앨범은 발매 즉시 각종 차트를 휩쓸고 북미와 유럽을 오가는 월드 콘서트에는 30만원이 넘는 비싼 티켓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다. 강력한 로열티를 가진 글로벌 팬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앨범을 홍보하고 음반과 콘서트 티켓, 캐릭터 상품을 구입한다.

BTS의 성공 스토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팡(FAANG, 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이라고 불리는 글로벌 초일류 기업들이 떠오른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콘텐츠를 융합해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낸 애플 등 이들 모두는 혁신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생태계를 조성해 큰 성공을 거뒀다는 공통점이 있다. BTS도 음악 소비자를 생산과정에 참여시켜 연대감을 갖게 만들고 소비자가 콘텐츠 확산의 매개이자 부가 서비스의 소비주체가 되도록 함으로써 새 생태계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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