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꽃집에서

- 장석남(1965~)

나는 꽃이 되어서 꽃집으로 들어가 꽃들 속에 섞여서 오가는 사람들을 맞고 오가는 사람들로 시들어, 시들어


나는 빛이 되어서 어둠으로 들어가 어둠 속에 숨어서 오가는 숨결들을 비추고 오가는 숨결들로 시들어, 시들어

나는 노래가 되어서 빛나는 입술로 들어가 가슴에 잠겨서 피어나는 꿈들을 적시다가 오가는 꿈들로 시들어, 시들어

0715A38 시



꽃집이여

꽃집이여

혀와 입술을 파는 집이여

마른 혀와 마른 입술을 파는 집이여

나의 육체를 사다오

나의 육체를 팔아다오


꽃이 되어 나를 맞은 당신을 사서, 화병에 꽂아두었죠. 당신은 시들었고 나는 아직 살아 있죠. 빛이 되어 어둠을 쫓던 당신 곁에서, 새벽을 맞았죠. 당신은 시들었고 나는 아직 깨어 있죠. 노래가 되어 심장에 들어온 당신 덕분에, 두 발 구르며 춤을 추었죠. 당신은 시들었고 나는 아직 걷고 있죠. 꽃과 빛과 노래였던 당신은 시들어도, 시들어서 끝내 그립죠. 그리운 당신, 이제 내가 시들고 당신이 그리워할 차례여요.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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